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는 우리나라 언론이 주목하는 유일한 단일사업장 노조위원장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일 현대차 노조 임원선거 결선투표에서 이경훈 위원장이 당선되자 11일자 주요 일간지가 기사와 사설까지 내보낸 것은 현대차 노조가 노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일보는 11일자 8면 <노조원 4만7000여명…국내 최대 노조 위원장>제하 기사를 통해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의 의미를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노총 내 최대 노조이자, 모든 기업을 망라한 국내 최대노조”라며 “사업장이 울산 전주 아산 등에 흩어져 있어, 현대차 노조는 전국조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그 시기 노동운동 향방을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들은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사설 <현대차 새 노조위원장에 온건파가 다시 뽑힌 이유>에서 “평균 연봉 9400만원(2012년)의 현대차 노조가 임금 인상과 각종 특혜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새 노조위원장은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단체교섭의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겠다’고 한 약속을 꼭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11월 11일자. 12면.
 
동아일보 뿐 아니라 이날 언론들은 이경훈 지부장에 대해 일제히 ‘실리파’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지부장이 지난 2009년 무분규 노사협상을 타결 지었고, 재임하는 동안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끌어냈다. 일종의 ‘온건파’라는 언론의 평가가 타당성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실리파’일까? 노동계에서는 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있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겨레도 이 위원장의 당선에 대해 12면에서 <현대차 노조 ‘실리’ 노선 걷나>라고 짧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씨는 올해 초 온건·실리 성향의 두 조직을 통합해 기반을 다진 것이 당선요인으로 알려졌다”며 “3년 연속 무파업 교섭 타결을 이끌었다가 ‘노사협조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1월 11일자. 12면.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은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강경파·온건파라는 표현은 쓸 수 있지만 ‘실리파’라는 말은 부적절하다”며 “이경훈 지부장이 아니라 어느 집행부도 실리를 추구했고 노조는 원래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은 “현대차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시간 단축, 일시금이 아닌 기본급 인상 등 노동계 전체적인 실리가 아닌 눈앞의 이익에 치중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강경파’라고 불렸던 기존 집행부에서도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실리파’라는 표현은 이른바 ‘민주파’라 불리는 노동운동 진영에 대해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씌우기 위해 쓰는 표현”이라며 “실리만 추구해온 것은 기존 집행부도 다르지 않았고 이 실리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외면은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 위원장의 당선을 큰 의미에서 ‘어떤 실리냐’에 두지 않고 강경파에 대척되는 표현으로서 ‘실리파’라는 단어를 채택한 것은 어폐가 있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노조가 실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는 강경한(또는 원칙적인) 노조운동에 ‘비 실리’라는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중앙일보 11월 11일자. 12면.
 
한편 이경훈 위원장은 지난 2010년 11월 5일부터 12월 9일까지 이어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당시, 방치를 넘어 탄압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외부세력이 파업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연대를 위해 공장에 들어온 활동가들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정규직 직원 자녀들의 ‘가산점’ 합의로 ‘정규직 세습’이라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이후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울산 남구 갑에 출마했다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점규 위원은 “이경훈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떠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자유롭냐고 물어보면 그렇지는 않다”며 “이경훈 위원장이 이전에 잘못해왔는데 이에 비판을 가하지 못하는 진보언론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겉핥기식으로 보기보단 현재 대공장 노동운동이 운동적 의미를 찾기 어렵게 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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