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초코과자를 선물하는 기념일인 ‘빼빼로데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들어간 원료 중 일부가 방사능 오염의 위험이 있는 ‘일본산’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실제로 국내 식품회사들은 방사능 오염 우려가 큰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된 가공·원료식품의 수입을 늘려왔으며 빼빼로 등 일부 초코과자에도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태제과가 생산하는 초코과자의 경우 일본산 ‘코코아매스’ 원료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모두 6종의 빼빼로 제품을 판매하는 롯데는 2종의 원료에 대해선 중국산임을 밝혔지만 나머지 4종에 들어간 가공원료의 원산지는 표기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연도별 가공, 원료식품 업체별 수입 현황’을 보면 롯데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사고 후 최근 3년간 일본에서 가공·원료식품 4만9314톤을 수입했으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수입한 양도 282톤에 달했다. 해태제과도 494톤(8개현 45톤)을 수입하는 등 해마다 일본산 식품의 수입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산 원료로 만든 해태제과의 ‘포키’ 초코과자
 
이에 환경단체들은 “일본 방사능 오염 문제는 바다와 수산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최근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외의 지역 농산물에서도 세슘이 검출되는 등 토양오염과 그로 인한 일본산 가공식품 오염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수확한 수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원료식품이 수입됐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방사능은 1급 발암물질이어서 미량에라도 노출되면 위험하며,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이 방사능오염 식품을 섭취할 경우 체내의 내부피폭(internal exposure)으로 성인이 되면서 건강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그동안 일본산 방사능 우려 완제품과 원료식품의 수입 문제에 대해서 언론과 정부, 그리고 해당 기업들의 관심이 저조하고 매우 무감각했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롯데제과 측에선 지난해 4월 이후 일본산 원료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올해 8월까지 수입했다는 식약처 자료에 대해선 구체적인 반박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식약처 또한 8개 현에 대한 수산물 직수입 금지 조치 후 수산물 가공식품에 대한 위험에 대해선 규제는 커녕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국민 불안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해당 식품회사들은 8개 현에서 수입한 원료를 어느 제품에 첨가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소비자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빼빼로데이 등 기업의 대량소비 상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일본산 방사능 오염 식품에 노출될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해당 식품회사들은 최근까지 일본산 가공·식품원료들을 수입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해태제과 홍보팀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환경단체 쪽에서 문제로 삼은 제품 원료는 일본산으로 표기돼 있지만 8개 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고베산이다”며 “코코아매스도 일본에서 만든 게 아니라 우리와 제휴하는 일본 회사에서 수입해 가공만 일본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지난 8월까지 일본산 식품을 수입했다는 식약처 통계에 대해 “문제가 된 제품은 올해 6월부터 판매된 것이고 그 전에 초코과자류도 국내에서 제조했다”면서도 “식약처에서 확인한 수입량은 올해 8월까지고 그 후에는 아예 일본에서 수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롯데제과 홍보팀 관계자도 “우리 빼빼로 제품 원료는 가나와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에서 수입했고 3개 이상의 지역에서 원료를 수입할 경우 ‘수입산’이라고만 표기한다”며 “식약처 자료도 제과 쪽은 해당이 없고 모든 롯데계열사 수입량을 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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