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 시인해 논란이 됐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부적절한 역사의식과 처신에 대한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10일 국회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황 후보자에 대한 서면질의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5·16쿠데타와 유신헌법, 5·18광주민주화운동, 제주4·3항쟁과 관련한 질문에 “감사원장 후보자로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황 후보자에게 ‘5·16군사쿠데타에 대한 평가’, ‘유신헌법에 대한 견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견해’ ‘제주4·3항쟁에 대한 견해’를 각각 서면으로 질의했지만 황 후보자는 한 가지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5·16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군사정변으로 기술돼 있고, 유신헌법에 기초한 긴급조치 등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았는데 황 후보자는 앵무새 답변을 하며 몰역사의식을 드러냈다”며 “취임도 하기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그가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생명인 감사원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올해 초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채동욱 검찰총장 등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청문회 대상자들은 5·16은 군사정변이며 유신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비롯해 30여 년간 판사로 재직한 황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장에서 지금과 같은 답변만 되풀이한다면 감사원장으로 자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연합뉴스
 
앞서 지난 8월 법원(서울북부지법)도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에 따른 유죄 판결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유신시대가 폭압적인 야만의 시대였다는 것과 그 시대가 끝났다고 알리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면서 “과거 유죄를 선고한 선배 판사들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또 황 후보자가 1981년 7월부터 1983년 6월까지 2년 동안 5차례 전입·전출을 하면서 최소 2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경기도 광주군 동부읍 덕풍리에 거주하던 황 후보자가 1981년 7월31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복권아파트로 배우자와 함께 전입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에 대해 그는 ‘서울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진료와 출산을 위해 부득이하게 전입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당시 장녀는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출산해, 강동구에서 한강을 건너 용산구에 있는 병원에 다니기 위해 전입했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이후에도 1982년 강동구 길동으로 전입했고, 5개월 뒤 다시 덕풍리 집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그러고 나서 1983년 6월, 한 달 반 만에 서울시 강동구 길동(현 거주지)으로 주소를 옮겼다.

황 후보자는 두 번째 위장전입 사유에 대해 “면허증을 발급받음에 따라 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의 주소지가 서로 달라 면허증의 주소지(경기 광주군)로 주소를 일시 이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서 의원은 “운전면허증 주소지를 실제 주소지로 바꾸는 것이 더 편리했음에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위장전입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황 후보자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공직자 복무규정을 어기고 일과 시간에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강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황 후보자가 일과 시간에 수강한 것으로 알려진 4과목 중 3과목의 실제 강의는 주간에 한 것이 아니라 담당 교수가 강의시간을 야간으로 변경해 수업을 했다”며 “나머지 1과목도 담당 교수와의 협의로 관련 리포트 제출과 주말 토론수업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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