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와 법률가들 사이에서 정부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는 지난 대선에서 총체적인 부정선거의 책임이 있는 세력이 ‘종북 공안몰이’로 국면을 전환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꾀하려는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열린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긴급토론회’에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원 댓글로 상징되는 선거부정은 경제·사회적 기득권 세력에 의한 정치 독과점 체제라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번 진보당 해산정국도 결국은 선거부정을 은폐하려는 정치적 저의의 일환이자 정치 독과점에 기초한 유사 독재체제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대선의 경우에도 새누리당의 김무성 선거대책본부장과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선거법 등 실정법을 위반하여 선거를 주도한 의혹이 제기됐어도 이들 정당을 위헌정당으로 제소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의 적을 제거하려는 정당해산 청구는 ‘참새를 잡으려고 대포를 쏘는 격’으로서 헌법이 국가권력을 발동할 때 준수해야 할 제일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법치주의를 부정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정권부터 급속도로 배양돼 진보진영을 억압하는 수단이 됐던 종북 담론이 대선을 전후해 그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급기야 내란음모혐의를 빌미로 한 국회의원과 정당인을 구속·기소하는 사건을 거쳐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고 이를 해산할 것을 청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진보당 해산 청구 행위의 배경에 대해 “현 정부는 다수 권력으로부터 소수정당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정치의 다원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요청을 묵살한 채, 대선 승리로 정치권력을 장악한 전리품 격”이라며 “진보정당의 생명줄을 끊어버리고 그를 빌미로 진보진영을 비롯한 모든 반대 정파들의 입을 막고 몸 묶어두려고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다양성, 다원성을 바탕으로 구축해야 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종북’이라는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편향적·자의적 개념으로 이리저리 재단하고 구획하고 또 왜곡하고 있다”면 “이를 통해 우리의 정치지형을 한 쪽으로 몰아넣고 그 다른 쪽의 사람들은 하나하나 정치로부터 배제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적 조짐까지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은 “헌법을 파괴한 세력이 헌법수호 운운하면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내란 및 군사반란죄’로 징역 22년6월을 선고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정당의 후신이자, ‘차떼기’ 금권선거를 한 신한국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이 헌법수호를 외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무리하게 심판청구를 하는 것은 국정원 등 국기기관의 대선개입사건으로 위기에 몰리자 ‘공안몰이’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새누리당 정권이 국정원과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국민의 여론을 조작하는 부정선거를 저지른 일이야말로 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흔든 헌법파괴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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