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월 2500원인 KBS 수신료를 2배 인상하는 안이 KBS 이사회에 상정돼 강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성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이 KBS 수신료를 5배는 인상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KBS 보도국장 출신인 홍 위원은 6일 경기도 과천에서 기자들과 갖은 오찬에서 "영국 BBC의 수신료가 연 25만~30만원정도 된다. 한국은 그 절반 정도는 돼야 광고 없는 방송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 3만원(월 2500원)인 수신료가 5배 정도로 늘어야 한다는 얘기다. 
 
홍 위원은 "수신료는 KBS가 돈이 없으니까 인상한다고 보면 안된다. 수신료 인상을 통한 '공영방송의 완성'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신료를 인상해서 공영방송을 광고 없는 청정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위원은 이어 "KBS는 점차적으로 광고를 줄여나가서 어느 해부터는 완전 광고가 없게 만드는 로드맵(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며 "광고 없이 수신료로 운영하면 시청률 경쟁도 안하고, 고품질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방송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MMS와 관련해선 "유료방송업계가 반발해 도입되더라도 지상파는 절대로 광고는 못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위원은 "그런데 돈이 없는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광고 없이 하라고 하면 MMS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중간광고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 위원은 "중간광고를 도입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면서 "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여러 이슈와 다 엮여있는 일이라 좀 더 얘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신료가 인상된다면 상황이 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위원의 말은 결국 MMS, 중간광고 등 모든 이슈는 수신료 인상과 연계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안은 KBS 이사회 내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해 수개월째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또 최근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KBS 뉴스의 불공정 보도가 심각하다"며 "수신료 인상은 터무니 없다"고 반대했다.
 
   
▲ 홍성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홍 위원의 수신료 5배 인상 발언에 대해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다른 현상은 감안하지 않고, 두 방송사의 수신료 액수만 비교해서 인상안을 주장하는 건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상안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선 'KBS 보도의 공정성 확보'와 '정치적 독립 거버넌스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사무총장은 "BBC 모델처럼 공영방송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는 건 일정정도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KBS의 편파적인 보도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고, 수신료 인상만 되풀이 하는 걸 보면 상임위원으로서 자격미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홍 위원은 유료방송업계를 중심으로 추진된는 울트라HD 방송 정책은 '사상누각'이라며 지상파가 소외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지상파를 나중에 와라고 할 일이 아니라, 같이 가거나 비슷하게 가야 산업이 커진다"며 "케이블업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건 가입자를 모으려는 미끼로 하는 것이지, 산업 발전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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