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2년 만에 초유의 파업사태를 맞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병철 위원장이 6일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인권위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여 의원들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이날 오후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 위원장은 내부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외부에 인권 권고를 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지적에 “인권위는 국가기관이므로 법령과 예산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원만하게 협상하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일관했다.

하지만 이날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인권경영 포럼 자료를 보면 현 위원장은 지난 7월 ‘제2회 인권경영포럼’에서 “기업이 단순히 법규를 준수하는 형태의 수동적 자세에 벗어나, 적극적으로 인권경영을 실천해야 할 때가 됐다”며 “개별적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은 내용일지라도, 기업 활동과 관련한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들 모두의 인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위원장은 외부에 권고한 내용을 스스로 지키지 않은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합뉴스
 
최동익 민주당 의원도 “남에게는 인권을 지키라고 권고를 했을지라도 위원장 스스로는 권고를 실천하지 않으면서 인권위의 성과에 대해선 긍정적인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여러 시민사회 단체나 내부 직원들은 그렇게 해석을 안 하는데, 위원장만 낙관적인 해석을 하고 있어 불일치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인권위는 전문 상담원이 폭언과 욕설에 시달릴 때 전화를 끊고 휴식권을 인정하는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 안내서를 발간하면서 인권위 비정규직 직원들이 인권위에서 요구한 내용을 지켜달라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며 “징계와 해고 사유도 구체적으로 정해 달라며 고용노동부에 권고하고도 인권위 직원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전화 상담의 경우 그런 인권 침해적 전화가 왔을 때 끊을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단지 권리로서 인정할 때 국민을 위한 서비스의 취지를 실현하는 방법상의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어 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노조와 인권위 측의 단협 안을 비교해 보여주며 “상담원이 폭언과 욕설에 시달릴 때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노조에서 제안했는데 인권위 안은 이와 상당히 차이가 있고 단협 안에 넣는 것을 거부했다”고 말하자 “거부한 것은 아니고 다시 협상을 하면 의견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날 현 위원장은 또 인권위에서 인권경영을 강조하며 개발한 ‘인권경영 자가진단도구’ 지표도 지키고 있지 않음을 인정했다. 인권경영 지표 3-3항에는 ‘회사는 노동자 대표가 단체협상을 요구할 때 실질적으로 의사결정권이 있는 회사대표와 협상하도록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현 위원장은 20차례 진행된 노조와의 협상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19차례 회의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고 있지 못한다”며 노조가 파업에 이르는 동안까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한편 현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전교조 법외노조화 처분에 위원장 성명이 나간 것과 관련해 “법령과 전교조 규약이 충돌하면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법령 우선이 당연하다”면서도 “인권위 중요 기능 중 하나는 국제사회 인권규범을 국내에 이전하는 것이지만 대법원 판례나 정부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현 위원장이 지적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 2항은 국제협약 87호 등에 어긋나는 내용”이라며 “이 국제협약은 특별 지위를 가지므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은 비준하지 않더라도 준수해야 하는 명백한 의무가 있는데 현 위원장은 모호한 답변만 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이어 “ILO가 ‘한국정부는 반노조 인증을 했다’며 긴급개입 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노조 혐오 때문에 이런 무리한 일을 했고, 이는 ILO 탈퇴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시행령이 헌법을 흔드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조속히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현 위원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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