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오유)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직적인 ‘반대 테러’로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게시글 노출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베스트 테러’로 게시글 ‘밀어내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호철 오유 운영자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오유 베스트 게시판이 신변잡기 글로 도배된 일명 ‘베스트 테러’에 대해 “보통 베스트 게시판은 정치·시사·연예 등 여러 종류의 글이 많이 섞여 있는데, 국정원 직원의 추천이 집중됐던 시간에 베스트 테러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이 운영자는 이날 직접 가져온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국정원 직원의 추천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간대에 베스트 게시판 두세 페이지가 전부 연예나 요리 게시물로 뒤덮이는 베스트 테러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 같은 추천 클릭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오유 사이트 베스트 게시판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게시물 수는 20개로, 사이트 방문자들은 주로 첫 페이지에 노출된 게시물 위주로 보기 때문에 첫 페이지에서 밀려나면 저절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효과가 있다.

또 게시글이 추천 10개 이상, 반대 3개 이하면 ‘베스트’로 갈 수 있고, 베스트 중 추천 100개에 반대가 10개면 ‘베스트오브베스트’로 갈 수 있다. 때문에 일반 게시글이 반대 4회 이상을 받으면 영구적으로 베스트로 갈 수 없는 구조다.

   
▲ '오늘의 유머' 사이트
 
이는 곧 조직적 반대 클릭으로 ‘밀어내기’를 하면 특정 게시글 노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이 같은 평판 시스템을 파악하고 지난해 8월부터 조직적인 찬반클릭 활동을 한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오유 운영진이 지난해 9월19일 조직적인 ‘반대 테러’ 행위를 포착해 시사게시판은 하루 5개까지, 나머지 게시판은 하루 30개로 반대를 제한하도록 정책을 바꾸자 국정원 직원들이 추천을 통한 베스트 밀어내기에 주력했다는 게 이 운영자의 주장이다.

이에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이 “해당 게시글을 추천한 아이디가 모두 국정원 직원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자 이 운영자는 “하루 반대 클릭 제한 조치 효과로 국정원 직원이 73개 닉네임을 사용해 대선 직전 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꾸준히 선거 이슈 관련 찬반 활동을 했음을 확인했고, 국정원 직원의 아이피로 접속해 추천한 데이터도 모두 정리돼 있어 이를 분석해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지난달 26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법원에 사실조회의견서와 함께 제출한 ‘오유 사이트 찬반클릭 참고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 외부조력자로 알려진 이정복(42)씨가 ‘추천박아라’는 닉네임으로 올린 ‘MB 아웃 하면 베스트냐?’는 제목의 글에는 이씨와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셀프 추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 의원은 “검찰은 신변잡기에 대한 찬반클릭 2961건(전체 찬반클릭 중 57.2%)에 대해서는 의미부여 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일명 ‘베스트 밀어내기’ 수법으로 봐야한다”며 “국정원 직원들 입장에서 베스트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이 (베스트 게시판에) 게시돼 있는 경우에 연예·요리 등 신변잡기 게시판의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추천해 베스트 게시판의 초기 몇 페이지가 연예·요리 게시판으로 뒤덮이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유 운영자에 앞선 공판 증인으로 나온 민주당 측 고발 대리인 이광철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언론에 공개된 국정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과 12월11일 국정원 김하영 직원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을 종합해 보면,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이 직접적 확증은 아니더라도 법원이 채택해 온 증거법칙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는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이 포함된 지난 2010년 7월19일 국정원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고발장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유모차 부대 등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30~40대 젊은 여성의 참여가 급격히 감소했다”며 “특정 아이디가 지속적으로 종북을 매개로 한 글을 수차례 올리는 것 여러 곳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내용과 자체 현황 파악을 통해 국정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은 우리나라 선거에서 야당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을 종북을 매개로 여당으로 끌어오기 위한 작업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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