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영 KBS이사장이 ‘인사청탁’과 관련해 본인 스스로 KBS감사실에 특별감사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길영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지난 8월 말부터 자신이 인사 청탁에 관련됐다는 소문이 계속 유포되고 있는데 사실 무근”이라면서 “근거 없는 소문을 막기 위해 KBS 감사실에 9월11일 특별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길영 이사장이 ‘특별감사’까지 요청한 인사청탁 관련 소문은 KBS 안팎에서 대략 알려진 내용이다. 지난 6월27일 단행된 KBS인사에서 K씨가 모 지역국장으로 발령이 났다가 바로 다음날 인사가 취소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해당 인사와 관련해 이길영 이사장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KBS 로고.
 
당시 인사번복과 관련 KBS측은 ‘애초 K씨와 이름이 비슷한 또 다른 K씨가 인사대상이었는데 이름이 잘못 전달돼 엉뚱한 사람으로 인상발령이 났다’고 해명했다. 관련 내용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가 발행하는 노보(118호·9월5일자)를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KBS본부는 “평직원 인사를 낼 때도 최소한 확인 작업을 하고 내는데 하물며 지역국장 인사를 내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인사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정기이사회에 참석했던 야당 추천 김주언 이사는 “이길영 이사장이 특별감사 요청 사실을 스스로 밝혔고 관련 내용을 서면으로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길영 이사장 신상 발언 이후 KBS감사가 근거 없는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해,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얘기를 했다”면서 “현재 감사실이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이길영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8일 연락을 했지만 이 이사장은 “(관련 내용은)몰라도 된다.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길영 KBS 이사장. ⓒKBS 새노조
 
현재 KBS 감사실은 특별감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KBS홍보실 관계자는 “특별감사 요청이 들어와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준비가 되면 감사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특별감사와 관련) 특별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감사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BS일각에선 KBS 감사실이 할 수 있는 감사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특별감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사장과 관련한 소문의 사실여부를 밝히려면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계좌추적권도 없고, IP추적도 할 수 없는 감사실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겠냐”면서 “소문의 진위를 밝혀내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현재 감사원이 진행하고 있는 KBS에 대한 정기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질지 주목된다.

KBS본부 관계자는 “이사장이 직접 특별감사를 요청했지만 KBS 최고의결기구 수장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가 가능하겠냐”면서 “KBS감사실 조사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감사원 정기감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한 진위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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