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부터 일부 중소방송사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MBC 방송광고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KOBACO)에 강제위탁한 현행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이 합헌으로 결정됨에 따라 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을 피했지만 미디어렙 재고시와 관련해 이들 방송사를 둘러싼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디어렙 재고시에 관한 논란은 주로 민영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미크)에 속한 방송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공영미디어렙인 코바코에 속해있던 지역라디오방송사업자 2곳을 미크로 이동시키는 ‘결합판매 사업자별 지원대상사업자’ 조정 건이 논의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것이다.

지역라디오방송사 미디어렙 재지정 ‘논란’ 일어

일부 방통위원들이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안에 지역민영방송사업자(지역민방)과 OBS는 즉각 반발했다. 9개 지역민방으로 구성된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는 9월 26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전체 지상파 광고시장, 즉 매체사, 광고회사, 광고주의 안정을 해치고 이들의 마케팅 활동에 비능률과 장래를 추래하고, 비효율을 야기시키는 이번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OBS공대위 역시 30일 성명서에서 “이럴 경우 OBS의 광고 매출은 그나마 여기서도 수십 억 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OBS를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 경기지역 시민단체등은 지난 27일 OBS 생존과 시청자 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OBS 공대위는 "자체 편성 100%를 하는 대한민국 유일 독립방송 OBS는 방송의 다양성과 지지역방송의 모범적인 모델을 견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방송계의 자산"이라며 △미디어렙 재고시를 통한 실질 광고매출 보장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재정을 통한 지원책 마련 △독립방송 OBS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 정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방송사업자들의 반발로 이 안은 현재 흐지부지된 상태이다. 한 방통위원은 “사업자를 이런 식으로 이동시킬 경우 한쪽은 덕은 보이지만 다른 한쪽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면서 “게다가 내년 종편의 미디어렙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전체 방송광고시장을 재점검한 후 미디어렙을 추가로 만들던가 해야지, 지금 상태에서 몇몇 사업자들을 옮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방통위원도 “미디어렙 고시 이후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변화를 주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식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유지안이 중소방송사들의 숨통을 틔우는 방법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OBS측은 실질적인 광고매출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미디어렙 재고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OBS의 광고 수익은 개국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왔고, 역외재송신이 허용된 이후에는 514억원의 광고매출이 예상됐지만 민영미디어렙으로 편입된 이후 광고매출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OBS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출한 광고매출은 482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방통위가 의결한 결합판매 비율 최소지원 규모는 253억원. 미크는 올해 OBS 광고 판매목표를 약 300억 규모로 책정했지만 8월 현재 실적은 185억여원으로 정상적인 목표 달성률(66%)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OBS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로 들어선 터라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OBS는 개국 당시 자본금 1400억원이었지만, 현재 누적적자가 1311억원에 달한다.  

OBS, 결합판매비율·신생사 가중치 조정 요구

광고매출 정상화를 위해서 OBS 측은 방송광고 결합판매 비율 및 매출이 발생한 지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신생사에 부과하는 가중치 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결합판매 비율을 따져보면 불교방송 82.8%, 원음방송 81.9%, 경기방송 82.5%, 경인방송 92.3%, YTN-FM 87.5%인 반면 OBS는 76.7%이다.

OBS 공대위는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결합판매비율 인정 수준을 100%로 하거나 최소한 다른 방송사와 형평성을 맞추는 보강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유로는 △방통위가 결합판매 지원규모 산정을 위해 사용한 코바코 통계자료는 공정위 제출 용도 및 내부 팀간 실적 배정 때문에 임의로 작성한 자료이며 △지난해 미디어렙법 개정 이후 중소방송사업자들은 광고매출 중 비결합 판매 매출도 사실상 결합판매에 해당한다고 여기며 △OBS는 전파료 수입이 없는 비네트워크 방송사이므로 보다 높은 수준의 결합 판매 비율을 보장할 필요 등 3가지를 들었다.

신생사 가중치 역시 현행 17.3%에서 최소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렙 고시는 부칙 2조 ‘5년 미만 지원대상사업자의 결합판매 지원규모 특례’에서 2012년 결합판매 최소 지원규모를 산정할 때 17.3%를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은 공영미디어렙인 코바코와 민영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로 나눠져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MBC YTN 종교방송 라디오방송 등 방송사업자의 광고는 코바코에, 지역민방 OBS경인TV는 SBS가 대주주인 미디어크리에이트에 위탁판매하라고 명령했다.
 
OBS공대위는 “OBS에 적용하고 있는 신생사 가중치는 결코 OBS의 광고매출을 적정선까지 올리지 못하며 오히려 적자 구조를 반복시키는 폐단을 낳고 있다”며 신생사 가중치를 미디어렙법 시행 전 OBS 3년치 광고매출 성장률 평균인 50% 이상으로 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OBS는 현행 유지로 정해지더라도 부칙 개정에 희망을 걸고 있다. 20일의 행정예고 기간 동안 신생사 가중치를 현실적으로 재고해달라는 것이다.

중소방송사들의 불만은 미디어렙 재고시를 기점으로 다시 불거졌지만, 이는 지난해 SBS의 독자 미디어렙 출범과 중소방송사업자들의 미디어렙 지정 때부터 이미 제기돼왔던 것이기도 했다. SBS 네트워크에 묶여 있는 지역민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방송사들이 코바코에 남기를 희망했다. OBS 역시 자사와 방송권역이 겹치는 SBS가 지분 40%를 보유한 미크에 지정되는 건 경쟁사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역민방 역시 미크에 묶인 이후 광고매출 점유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코바코에 묶여 있던 2007~2011년 지역민방의 광고매출 평균 점유율은 25.53%였지만 미크를 출범시킨 미디어렙법 개정 이후인 2012년 9월~12월 점유율은 24.87%, 2013년 1월~3월 점유율은 24.21%이다. 이는 미크와 지역민방 사장단이 지난해 7월 광고매출 보장을 직전 5년 평균 점유율의 97%만 지역민방 몫으로 배분하고 이를 매년 재산정하는 협약을 체결한 결과다. 사실상 미크의 대주주인 SBS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사업자 미디어렙 재지정 ‘꺼지지 않은 불씨’

이번 재고시는 여러 방송사들의 반발 속에서도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방송사업자의 미디어렙 지정 논쟁은 언제든지 다시 촉발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광고매출 증가는 방송사들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OBS는 이번 재고시 이후 공영미디어렙 지정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공영미디어렙인 코바코야말로 ‘지역방송 육성’과 ‘방송의 다양성 구현’ 차원에서 OBS를 보호할 가장 적합한 광고판매 사업자”라는 논리다.  

내년 3월 미디어렙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종합편성채널 4사의 미디어렙 지정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역라디오방송사업자의 미디어렙 조정 문제가 제기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일부 종편사의 방송광고판매대행을 코바코에 위탁하기 위해 기존 사업자들을 미크로 이동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현재 종편의 미디어렙 지정을 두고는 각사 독자 미디어렙 운영, 종편의 단일 미디어렙 운영, 코바코에 위탁 안이 거론되고 있다. 종편을 배려해 코바코에 묶여 있던 일부 방송사업자들을 재지정한다면 해당 방송사나 미크 하의 사업자들 모두 다시 반발하게 될 것이다.  

한편 기존 코바코에 속해 있는 방송사업자들은 그들대로의 불만이 있다. 코바코가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중소방송사업자의 수가 많은 탓에 이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정안의 배경으로 MBC의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즉, 민영미디어렙 출범 이후 명확한 기준 없이 미디어렙이 지정했던 터라, 얼마든지 자사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 미디어렙과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 판매하는 방송사자들을 기준없이 선정했기 때문에 민영방송과 공영방송사들의 결합판매와 관련한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방송사의 소유구조와 수익 창출 방식이 차이가 있는만큼 이를 고려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유구조에 따라 방송사업자들을 공영과 민영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미디어렙을 지정하는 것을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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