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월 여성 기자들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접촉 당사자인 기자에게 공식사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매체 정치부 기자들의 증언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가 끝나고 저녁시간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김 의원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황우여 대표를 포함해 정몽준 전 대표, 이혜훈 최고위원, 김성태 의원,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한 종합일간지는 술이 취한 상태인 김 의원이 술자리에서 자사 기자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김의원측에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해당 종합일간지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의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기자의 허벅지를 짚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기자들 사이에서 공론화가 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회사 차원에서 공식 사과를 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종합일간지 A기자는 "김 의원이 사과 요구를 받고 직접 구두로 사과했다"면서 "이런 일에 대해 공식적인 차원에서 기사화도 논의했지만 2차 피해도 있어서 사과를 받는 선에서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A기자 이외 또다른 종합일간지 여기자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매체 B기자는 "(김 의원이)너무 취해 한 매체 C기자의 이름을 부르고 옆에 앉으라고 해서 실랑이가 벌어진 걸 봤고 기자들 사이에서 김 의원이 C기자에게 자신의 무릎에 앉으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C기자는 쭈뼛쭈뼛 궁여지책으로 김 의원이 앉아있던 의자 팔걸이 부분에 걸터 앉아 있다가 테이블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모습을 봤다"며 "어떻게 보면 연찬회 뒷풀이 자리도 공식적인 자리였던 상황이었는데 다른 기자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선을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기자는 "후배 여기자들이 많은 자리에서 어떻게 보면 오래된 정치인들의 구태인데 문제제기를 하고 쇼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100%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저 같은 경우 예전부터 오래 알던 의원으로 얼굴을 보고 반가운 상황에서 어깨를 한번 잡고 툭툭 치는 것이 익숙해서 그 정도의 표현은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또한 일부 기자들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자리에 함께한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기자들한테 '야 이놈들아' 이게 통한다는 게 저는 너무 이상하다"고 말하자 "다 아들 딸들인데"라며 한명씩 기자들에게 돌아가며 "니는 어디 소속이고?"라고 물었고 이에 한 기자가 자신이 속한 매체의 이름을 말하자 "거기 골치 아픈데"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특정 매체 기자를 지목해 욕설을 내뱉는 발언도 나왔다. 자리에 참석한 인터넷 매체 뷰스앤뉴스 한 기자가 자신의 소속을 밝히자 김 의원은 "기자가 올바른 기사 쓰는 것이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기자들 소중하게 생각하려 하는데 그동안은 내가 피해있었어. 근데 내가 이제 할 말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기사 잘 써야돼 기사 엉터리로 쓰며 나한테 두드려 맞는다 (뷰스앤뉴스 기자에게) 너 잘해. 너 김○○(뷰스앤뉴스 기자)이 가까이 하지만 그 ○○ 나쁜 놈이야. 기자 생명이 없는거야. 김○○한테 나와 관련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놈은 인간쓰레기야"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기사는 뷰스앤뉴스 김○○ 기자가 쓴 단독기사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 의원이 지난 6월 26일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며 "그걸 몇 페이지 읽다가 손이 떨려서 다 못 읽었다"고 복수의 당 고위 인사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뷰스앤뉴스는 김 의원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이 쭈욱 읽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뷰스앤뉴스 보도는 사실상 새누리당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대선 당시 이미 입수했다고 실토한 꼴이어서 실정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고 선거 개입 커넥션 의혹에 설득력을 더했다. 당시 보도 이후 김 의원의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 발언과 국정원이 공개한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이 일치한다는 후속 보도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불화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의원은 "그게 권력이다. 모든 게 권력 게임이거든. 지금 현재 최고 권력자는 박근혜야. 세컨드, 써드 권력을 차지하려고 나름대로 영역 확보를 하고 있다. 나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 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컨드 써드 권력 차지하려고 하는 놈들이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라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이어 김 의원은 "나와 박통은 나쁜 일이 하나도 없다. 보도에 (박 대통령이) 나를 견제하려 한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그 뒤에는 연결돼 있는 고리가 있다. 나는 신경 안 써"라며 박 대통령과 불화설에 음모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또한 청와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대화를 나누면서 "집권세력을 무시하면 안돼. 집권세력 다 유능한 사람이거든. 자리 다 줘야 돼. 자리 안주고 그러면 뒤집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수의 기자들은 김 의원이 술이 만취한 상태에서 거침없이 발언해 기사화 여부를 고민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참석한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자리에서 김의원은 일부 다른 의원들에게 ○○들, XX라는 거친 표현을 하거나 자기의 꼬붕이라는 과시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 D기자는 당시 김 의원에 대해 "저녁 8시경 자리에 참석하면서 이미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다. 혀가 꼬인 상태로 같은 말을 다시 물어보는 상황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다른 매체 E기자는 "친한 기자들과 연차가 낮은 의원들까지 말을 터면서 술에 취해 기분이 업된 상태에서 거침없이 행동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의원은 1일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대해 "(A기자가)공식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무릎을 짚었다고 하는데 만취가 돼서 기억이 없다. 수 십명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상황이 없었다. 제 나이가 63세인데 취해서 일어나면서 짚었다고 얘기하는데 다른 의도가 있었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다른 신체접촉이 있었고 막말을 쏟아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보좌진을 통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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