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공판을 진행 중인 법원과 검찰 또한 심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재판부는 16일 “소신껏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 또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듯 지난 원세훈 전 국정원장 3차 공판에 불참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합석해 증인 신문에 적극 나섰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증인 신문에 앞서 “언론보도로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재판부는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를 기초로 소신껏 판단하겠다”며 “언론도 오늘 아침 신문 난 것 같은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의 비공개 증인신문 신청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 공개 법정에서 진술이 곤란하다고 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국정원의 국가기밀 유출의 우려가 있는 사안은 나중에 비공개로 추가 신문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종복 전 국정원 심리전단 기획관의 증인 신문은 가림막이 설치된 채 진행됐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이날 검찰은 국정원의 ‘주요 카페·커뮤니티 특이동향’ 보고서를 재차 공개하며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심리전단 직원들이 개그맨 정태호씨가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 관련 발언을 한 내용까지 모니터링해 보고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2월14일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꼭지였던 ‘용감한 녀석들’ 방송 중 당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어젯밤에 꿈을 꿨다. 다들 모르겠지만 내 꿈은 굉장히 정확하다”며 “내 꿈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바로…”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특정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씨가 특정 후보의 성을 입모양으로 암시했다 것. 이후 선관위는 “해당 방송 내용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전 기획관은 이 보고서를 “참고용으로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원장과 차장 등 상부에 보고할 때는 보고서에 날짜와 작성자를 넣게 돼 있어 정식으로 보고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태호씨 발언 등 일간베스트저장소 글 모니터링이 안보와 북한 관련 이슈는 아니지 않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해당 내용을 본 기억은 없지만 내가 보기엔 (북한 관련 이슈는) 아니다”고 인정했다.

이 전 기획관은 또 지난해 12월11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오피스텔에 숨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냐는 검찰의 질의에 “상황 발생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 들었고 그 때 같이 있었다”면서도 김씨의 노트북 파일 삭제와 관련한 보고는 “못 받았다”고 답했다.

앞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지난 공판에서 이종명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도 “파일 삭제 지시를 직접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내부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증거물 임의제출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김씨가 업무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어서 원 전 원장의 ‘직접 조율’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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