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증인 신문에 앞서 “언론보도로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재판부는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를 기초로 소신껏 판단하겠다”며 “언론도 오늘 아침 신문 난 것 같은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의 비공개 증인신문 신청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 공개 법정에서 진술이 곤란하다고 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국정원의 국가기밀 유출의 우려가 있는 사안은 나중에 비공개로 추가 신문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종복 전 국정원 심리전단 기획관의 증인 신문은 가림막이 설치된 채 진행됐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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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지난해 12월14일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한 꼭지였던 ‘용감한 녀석들’ 방송 중 당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어젯밤에 꿈을 꿨다. 다들 모르겠지만 내 꿈은 굉장히 정확하다”며 “내 꿈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바로…”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특정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씨가 특정 후보의 성을 입모양으로 암시했다 것. 이후 선관위는 “해당 방송 내용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전 기획관은 이 보고서를 “참고용으로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원장과 차장 등 상부에 보고할 때는 보고서에 날짜와 작성자를 넣게 돼 있어 정식으로 보고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태호씨 발언 등 일간베스트저장소 글 모니터링이 안보와 북한 관련 이슈는 아니지 않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해당 내용을 본 기억은 없지만 내가 보기엔 (북한 관련 이슈는) 아니다”고 인정했다.
이 전 기획관은 또 지난해 12월11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오피스텔에 숨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냐는 검찰의 질의에 “상황 발생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 들었고 그 때 같이 있었다”면서도 김씨의 노트북 파일 삭제와 관련한 보고는 “못 받았다”고 답했다.
앞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지난 공판에서 이종명 전 3차장과 민 전 단장도 “파일 삭제 지시를 직접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내부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증거물 임의제출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김씨가 업무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어서 원 전 원장의 ‘직접 조율’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