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를 비평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권고'조치를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심의위)는 12일 방송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KBS 1TV (6월22일 방송)에 대해 '권고'를 결정했다. 단 1명의 위원만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6월 22일 시청자데스크는 '클로즈업 TV' 코너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자사 뉴스보도를 비판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의견을 듣는 식으로 진행됐다. 출연자들은 "KBS의 보도는 공영방송으로서 자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낙제점", "KBS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KBS 사장 선임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 등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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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원인은 해당 프로그램이 '좌편항 패널들의 편파 발언을 모아서 내보냈다'며 방송심의위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민동기 미디어오늘 기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등이 패널로 방송에 출연했다. 민원인은 또 ‘제작진이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방송을 선전·선동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에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 6월 22일 방송된 KBS1
 

이에 방송심의위는 지난달 21일에 심의를 벌였으나 심의위원들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제재수위를 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소위원회 심의에서 여당 추천 위원인 엄광석,권혁부 위원은 법정제재인 '주의' 의견을 냈고, 야당 추천 위원인 김택곤, 장낙인 위원은 행정지도(권고, 의견제시)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라는 특성 때문에 심의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문제가 있는 보도를 스스로 비판하기 위한것인데, 기계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이 프로그램 취지에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종합편성 방송의 의무이기도 하다.

방송법 제89조 1항이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당해 방송사업자의 방송운영과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주당 60분 이상의 시청자 평가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심의위원들은 이에 대해 12일 전체회의에서 다수결로 '권고' 조치를 결정했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여당추천 위원과 야당추천 위원들간의 차이를 보였다. 여당추천 위원들은 '공정성' 문제가 있지만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특성상 법정제재는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야당추천 위원들은 옵부즈맨 프로그램 특성상 '공정성'을 논하기 어렵고 다른 사실관계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여당추천 박만 위원장은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법정제재가 합당한데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면 권고가 어떨까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비평을 하더라도 비평에 있어서 균형은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추천 박성희 위원도 "자신을 비판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 공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법정제재까지는 심하지 않나. 사내에서 해결 하라"고 말했다.

여당추천 위원들 가운데는 더 높은 징계수위를 주장한 위원도 있었다. 권혁부, 엄광석 위원은 공영방송 스스로가 객관성, 공정성 등을 어겼다며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권혁부 위원은 "마치 KBS 9시 뉴스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축소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외부압력이 있었다는 듯한 매우 근거없는 공정치 못한 방송"이라며 "법정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견은 다수결의 원리 때문에 채택되지는 못했다.

야당추천 김택곤 위원은 출연자 편향성에 대해 "KBS 프로그램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애써 찾아낸 것"이라면서 "공정성, 객관성을 다른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 역시 "비평은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시청자센터에서 만드는 이유도 순수하게 비평을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출연자의 발언 중 몇 가지는 문제가 있다며 '권고'에 합의했다.

   
▲ 6월 22일 방송된 KBS1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 '문제없음' 의견을 낸 위원은 야당추천 박경신 위원이 유일했다. 박 위원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특성을 잘 살펴야 한다며, 옴부즈맨 프로그램마저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공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자사 프로그램에 편향된 것이 있다면 그 반대로 성찰해 균형을 잡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면서 "비판과 성찰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에 또 제재를 하게 되면 방송이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날 함께 논의된 TV조선 <문갑식의 신통방통>은 '주의'조치를 받았다. <문갑식의 신통방통>은 지난 7월 15일 방송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두고 "이분이 친노의 수괴죠? 오야, 쉽게 하면 두목"이라고 묘사했다. 6명의 위원이 '주의' 의견을 냈고 장낙인 위원은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김택곤 위원은 '경고'의견을 냈다.

김택곤 위원은 "애국보수 논객이든 진보논객이든 방송의 본래의 범위내에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논객이라도 술자리에서 벗어나면 안되는 정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낙인 위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방송의 품위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징계 의견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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