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수사 책임을 맡고 있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모르게 수서경찰서 김성수 지능범죄수사팀장과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영장 신청과 중간수사결과 발표 등을 조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 팀장은 “지난해 12월16일 김병찬 서울청 수사2계장과 중간수사결과 발표 전 통화에서 보도자료 발표와 브리핑 시점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김병찬 계장에게 시간 여유가 있으면 기자들에게 시달리고 밤 11시면 기자들이 모이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 보도자료를 배포하든지 내일 하자고 말했다”며 “언론 브리핑은 시간이 촉박해 내일 아침에 하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김 팀장은 이광석 수서서 서장과 권은희 과장에게 김 계장과 통화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들은 이미 11시에 보도자료가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권 과장의 증인진술에 따르면 권 과장은 서울청 보도자료 배포 전 김 팀장으로부터 보도자료가 언제 발표되고 브리핑은 언제 하는지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팀장은 또 지난해 12월12일 오전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면서 김 계장에게 “영장을 신청하러 가는 중이다고 문자를 보냈다”며 “그러자 김 계장이 전화를 걸어 수사관들이 소명자료도 없이 검찰에 떠넘기는 식으로 영장을 신청하면 되겠느냐며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통상 수사관련 내용은 서울경찰청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데 김 계장에게 문자로 보고한 이유에 대해 “선거 관련 지침에 선거 사범에 대해서는 관할서 수사과장과 서장, 지방청에는 수사2계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며 “수사과장이나 서장이 영장신청을 서울청에 보고했는지는 모르고 나는 진행상황에 대해서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와 관련해 직접 지시를 내린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지난달 30일 김 전 청장에 대한 2차 공판 증인으로 나왔던 권 과장은 “당시 이광석 서장에게 김 전 청장이 화를 내면서 영장신청을 막았다고 전해 들었다”며 “김 전 청장이 12일 오전에 전화했을 때는 서장이 설득해 영장신청에 동의했는데, 오후엔 입장을 바꿔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서울청에서 압수한 메신저 내용에 의하면 12월15일 밤부터 16일 새벽 무렵까지 분석결과보고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17일 수서서에서 예정된 브리핑의 예상 질의 답변서가 작성됐다”면서 “이는 미리 왜곡된 분석결과보고서를 통해 내용을 은폐하기 위한 섬세한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서울청이 키워드와 닉네임 등 분석범위를 축소한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청이 수행한 동일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키워드 개수별 검색 소요 시간을 측정한 결과 키워드 개수가 4개에서 100개로 25배 늘어도 시간은 1.46배 증가에 불과했다”며 “국정원이 제출한 노트북 URL 분석 결과 서울청 증거분석팀이 찾아낸 40개 닉네임뿐만 아니라 603개의 닉네임을 추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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