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라디오 스타를 죽인다'(Video Kills Radio Star)라는 노래가 있다. '뉴 미디어'인 TV가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를 밀어낸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느새 TV도 올드 미디어가 되어버렸다. 세상 사람들이 점점 TV를 외면하고 손바닥 안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다. 
 
KBS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이 5일 서울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글로벌 뉴스 포럼'은 올드 미디어가 된 TV 방송사들이 '디지털 시대'에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미디어 3.0시대, 뉴스의 길을 찾다'라는 포럼 주제에는 비장함도 묻어난다. 
 
포럼엔 CNN, 알자지라 등 전 세계 방송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업체가 참가해 뉴 미디어의 위상을 증명했다. 트위터 아시아태평양의 마사키라 제임스 콘도 부사장은 "우리는 트위터를 '사회적 방송 네트워크(Social Broadcast Network)'라고 정의한다"고 말했다. 
 
많은 방송사들은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보고 시청자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BBC 글로벌 뉴스의 리처드 포터 보도본부장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위기이자 도전"이라며 "온라인에 맞는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가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를 선택할 수 있게 됐고, 권력은 시청자에게 넘어 간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환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적응하지 않은면 살아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KBS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은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글로벌 뉴스 포럼'을 공동주최했다. 사진=김병철 기자
 
이미 세계적 방송사들은 시청자가 참여하는 소셜미디어를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의 CNN은 2006년 아이리포트(iReport) 사이트를 구축해 시청자들이 사건 현장의 사진, 영상을 올리게 하는 '시민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또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리자는 수많은 시민들의 영상을 받아 보도에 활용하고 있다. 알자지라 하니 엘 코나이예시 운영본부장은 "'아랍의 봄' 기간 '인게이지'라는 영상 포털 사이트를 만들었더니 하루에 7만건의 영상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TV와 소셜미디어가 단순히 양쪽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유통망으로 머무르지 말고, 적극적으로 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 리처드 본부장은 "우리 저널리즘은 시청자를 개입시켜야 한다. 시청자 개개인에 맞춤화된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기대수명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온라인 기사를 소개했다. 또 알지지라의 하니 본부장은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는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며 "SNS를 일상적인 뉴스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뉴스 소스가 급증하면서 전통 미디어는 이중에서 가치있는 뉴스를 골라주는 역할을 부여받게 됐다. 유튜브 뉴스의 제드 시몬스 해외사업본부장은 "유튜브엔 1초마다 60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온다. 그중 시민 언론인들이 만드는 게 많다. 전문 언론인들이 이걸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큐레이팅'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 세계 방송사 관계자들은 속보가 아니라 신뢰성 있는 뉴스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병철 기자
 
올드 미디어의 강점을 살려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뉴 미디어와 속보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신뢰성 있는 뉴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실제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와 보스톤 마라톤 테러 등은 SNS로 처음 전파가 시작됐다. 
 
닉렌 CNN 부사장은 "방송사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SNS 보다 속보를 먼저 전달하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저널리즘의 질적인 면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은 이제 언론인에게 SNS 소식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주기를 원한다"면서 "새 소식은 SNS에서 보고, 신뢰할 수 잇는 정보인지에 대한 확인을 전문적 언론인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때 SNS에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저희는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추가 검증하면서 100% 확실하다고 할 때까지 확인했다. 결국 사망 진단서가 나왔을 때 보도했다. 사망하기 1시간 반 전에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CNN는 100% 사실만 보도한다.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하고 사실이 확실할 때만 보도하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제드 유튜브 본부장도 "속도보다는 진실성과 맥락이 중요하다. 예전엔 누가 먼저 전하는냐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가 원하는 게 뭔지 이해하고 맥락을 잘 짚어줘야 한다. 유튜브 프로듀서는 시청자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럼에서 민경욱 KBS '뉴스9' 앵커는 KBS방송문화연구소가 실시한 '한국의 뉴스 이용형태'에 대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뉴욕타임즈 등 언론사 사이트로 바로 간다. 그러나 한국에선 66%가 포털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뉴스를 공유하기 원하지만 KBS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린는 (온라인에서도) TV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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