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D연합회 창립 26주년을 맞아, PD들이 열악한 언론환경에서 자유언론, 자유방송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날 기념식에는 38년전 동아방송에서 해직된 PD 20명이 명예 PD로 위촉되어 뜻을 함께 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홍진표)는 5일 오후 6시반 63빌딩 별관에서 창립 26주년 기념식을 진행해 지난 1년을 반성하고 앞으로 1년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 26대, 27대 회장 이 취임식도 이 날 함께 진행했다.

26대 한국PD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이정식 MBC PD는 이 날 이임사에서 1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많이 부족해 반성하는 마음이 앞선다고 밝혔다. 이 PD는 "1년전 이 자리에서 쫓겨난 PD들에 대해서, 말살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말씀 드렸다. 온전한 언론 자유회복에 대해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1년이 지나고나서 돌아보니 참 부족했고 반성하는 마음이 앞선다. 훨씬 더 강고하게 맞서 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27대 한국 PD연합회 회장으로는 홍진표 KBS PD가 취임했다. 홍 회장은 취임사에서 "26년 선배들은 PD들이 단결해야만 방송이 바로서고, 방송이 바로서야만 나라가 바로선다는 자각으로 PD연합회를 탄생시켰다"면서 "선배님들의 생각은 26년이 지금 우리 PD들에게 더 절실하고 간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 동아투위 해직 PD들이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열린 한국PD연합회 26주년 기념식에서 명예PD로 위촉됐다. 사진 = 이하늬기자
 
이어 홍 회장은 "26년이 지난 지금에도 방송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불방과 결방이 계속되고 방송에 대한 내외부 압력과 자기검열로 PD들은 창의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난달 31일 방송예정이었으나 방송 하루전 사전심의 내용을 근거로 불방된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을 두고 "방송은 반드시 나가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추적60분' 불방 파문 확산, KBS사장 집 앞 집회 신고>)

특히 이 날 PD협회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 소속 해직 PD 20명을 명예 PD로 위촉했다. PD 연합회는 "참언론 구현을 위해 헌신한 선배PD들이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위촉 배경을 밝혔다. 위촉된 해직 PD들은 감사의 뜻과 더불어, 현직 언론인들에게 계속 저항하고 싸울 것을 주문했다.

동아투위는 1975년 3월 18일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에서 강제 해고된 150여명의 기자,PD,아나운서 등이 결성한 자유언론수호단체다. 당시 라디오방송만 진행했던 동아방송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기관 통폐합조치에 따라 KBS 흡수통합됐다. 3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해직언론인들은 최근까지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에 연대해왔다. 지난해에는 동아투위 사건을 책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동아투위의 박정희에 대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PD 연합회는 "선배 PD들이 보여주신 고귀한 신념과 불굴의 저항정신은 오늘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PD선배들의 정신을 기억하고자 전국 2800여 PD 회원의 이름으로 한국 PD연합회 명예회원으로 위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20명의 해직PD 가운데 윤활식, 이해성, 김태진, 김창수, 신정자, 박노성, 이명순, 조강래 PD등 7명이 참석했다.

명예PD로 위촉된 해직PD들은 감동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후배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표했다. 윤활식 동아투위 위원은 "38년이라는 세월이 하도 길어서 이제 세상이 우리 존재를 다 잊어버렸을 것일 생각했다"면서 "PD연합회가 우리가 한 일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자리를 주니 감동스럽고 몸둘바를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윤 위원은 언론이 권력과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직 언론인들에게 저항하고 싸울것을 당부했다. 윤 위원은 "한동안 언론자유라고 찾은 것이 지난 정권부터 다시 먹구름을 맞고 탄압을 받고 있다"면서 "현업에 있는 여러분의 과제가 너무도 분명하다. 계속 저항하고 싸워서 언론의 자유를 쟁취해야 할 것이다. 싸워서 권리를 찾고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직당시 막내 PD였던 이명순 전 동아투위 위원장도 총칼의 시대보다 자본의 시대가 더 무섭다며, 언론인들의 분노가 모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직접적인 탄압은 눈에 잘 안 보인다. 자본이 더 무섭다. 지금 기자나 피디가 많이 괴로울 것"이라면서 "우리도 처음에는 찍소리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지만, 지금 언론인들이 다같이 부끄러워할줄 알고 분노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명예 PD로 된 전 동아방송 해직 PD는 김영환, 김유주, 김창수, 김태진, 김학천, 박노성, 송관율, 송재원, 송준오, 신영관, 신정자, 신태성, 윤성옥, 윤활식, 이규만, 이명순, 이문양, 이해성, 조강래. 허육 등 총 2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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