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 '치아교정' '토익스피킹' '비타민C' ‘다이어트’ 등을 검색해보면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기사가 아니라 광고인 경우가 많다. 소위 '기사형 광고'인 것이다.

원칙적으로 광고와 기사는 분리해야 함에도, 기사를 가장한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광고에 해당 언론사 기자의 '바이라인(by-line·신문・잡지 기사의 서두나 말미에 필자 이름을 적은 행)'까지 들어가면서 독자를 기만한다.

기사형식의 광고는 대부분 기자가 아니라 언론홍보대행사에서 작성돼 배포된다. 이는 언론사 - 홍보대행사 - 기업의 연결고리로 가능하다. 언론사가 지면을 제공하면 홍보대행사는 그 지면에 광고할 기업을 '섭외' 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기업은 홍보대행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홍보대행사는 비용의 일정부분을 언론사에 지불한다. 광고지면을 제공한 대가인 셈이다.

   
▲ 언론홍보대행사 누리집에 소개된 언론홍보 과정
 
홍보대행사 누리집에는 기사화된 '광고'들이 '홍보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한 스포츠지는 라이프-생활면에서 성형외과 피부 시술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시술이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성형외과 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기사 마지막에는 “시술 후 흉터나 통증,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없이 효과적으로 피부를 탄력 있게 당겨준다”며 홍보했다. 이 기사는 해당 언론사 기자 이름으로 보도됐다.

또 다른 홍보대행사 사례도 비슷하다. 경제지의 게임정보면에 실린 기사는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의 모바일 게임 ****가 지난 15일 카카오 게임 플램폿을 통해 정식 론칭됐으며, 출시 당일 인기 1위에 등극했다"면서 "실제 공기놀이에서 느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재미를 잘 살려냈다는 평"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회사 메일계정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교육사업을 홍보하고 싶다며 홍보대행사에 '견적'을 문의했다. 기사 작성 대행은 하지 않는 A업체의 경우 조선일보, 중앙일보에 1회 노출 가격은 40만원, 한국경제TV나 전자신문, 스포츠경향 등은 28만원, 세계일보와 머니투데이, 디지털타임스 등은 22만원이라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 기사는 기업이 직접 작성해 이미지와 함께 홍보대행사에 제공해야 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나갈 수 있다. 비방이나 문제되는 극소수의 내용이 아닌 이상 거의 나간다. 근데 다 나간다"고 말했다. 기명기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기자이름으로 나가는 데는 한국일보, 스포츠한국, 서울경제, 데일리그레이드, 스포츠조선, 천지일보"라며 "진짜 근무하는 기자다. 스포츠 조선이 어디 찌라시 신문도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기사 작성까지 해주는 B홍보대행사는 조금 더 비쌌다. 매일경제는 1회 노출에 50만원이고, 서울경제· 머니투데이·세계일보·한국경제TV·스포츠한국·스포츠조선은 1회 노출 30만원이다. 크리스천투데이·폴리뉴스 등은 1회 노출 15만원이다. 기사 작성 비용으로 8만원 정도가 추가되는 것이다.

   
▲ 언론홍보대행사에 문의해서 받은 '견적서'
 
기사를 쓰는 사람은 홍보대행사 직원이다. 홍보대행사에서는 '전·현직 기자'라고 광고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 채용을 진행중인 홍보대행사 세 곳에 접촉해, 구체적인 업무를 문의했다. A홍보대행사 인사 담당은 광고지면의 기사형 광고를 기자 이름을 달고 '기사'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광고를 기사로 속인다는 것이다.

A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아시겠지만 언론에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써주지 않는다. 그런 곳을 섭외해서 기사를 써주면서 거기에 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면서 "(홍보대행사 직원이) 취재하고 사진촬영도 하고 다 하셔야 한다. 기사는 산업부 기자명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할 예정이었던 구아무개(31)는 "신문 지면 산업분야를 채우는 일"이라면서 "홍보대행사 직원들이 기사 틀을 만들어서 중소기업에 연락해, 돈을 달라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사랑 계약을 해서 (해당 언론사와) 비슷한 명함이 나온다. 기사에 바이라인은 안 들어간다. 10명 정도의 직원이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사를 가장한 광고가 독자를 기만한다는 것이다. 기자의 바이라인을 본 독자들은 광고기사도 검증된 것이라 믿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보분석기업 닐슨이 2011년도 하반기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광고유형별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기사형식의 광고는 4위를 차지했다. 이는 신문광고와 라디오, 잡지보다 높은 수준이다.

   
▲ 언론홍보대행업체의 구인광고 캡쳐
 
때문에 문화관광부는 2006년 10월부터 기사형 광고 편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은 정기간행물의 편집인에게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

따라서 문화관광부가 확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사형 광고에는 '광고' '기획광고' '전면광고' '광고특집' 등과 같이 '광고'라는 문구가 표시되어야 하고, 그 외에 '특집' '기획' 처럼 독자가 기사로 오인하도록 하는 표시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취재' '편집자주' '전문기자'등 기사로 착각하도록 하는 표현을 해서도 안 된다. 이 기준을 근거로 한다면 온라인에 기사형식으로 올라간 광고는 가이드라인 위반에 해당된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같은 일이 결국에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사무총장은 “광고이기 때문에 과대포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데 광고와 기사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면서 눈을 속이고 있다”면서 “이는 기사 전체 신뢰도 문제와 직결이 된다. 언론사들 스스로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보대행사 누리집에 소개된 언론사들은 이같은 관행은 없다며 부인했다. 스포츠조선 관계자는 “홍보대행 사이트에서 저희 기사를 무단으로 도용해서 (홍보사례로) 올렸는지 몰라도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보도자료 등을 돈 받고 기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도 “어디서 나온 근거인지 모르겠다. 그런 적이 없다”면서 출입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대행사에서 자료들이 워낙 많이 들어온다. 대행사에서 연락이 오면 선의로 해주기도 하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보니까 장난을 치는 경우(속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계일보와 서울경제는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세계일보 관계자는 “그것 관련해서는 쉽게 말씀드릴 수 있는게 없다. 담당자와 상의 해야한다”고 말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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