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편파보도, 추적60분 불방 등 방송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2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50회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장 안과 밖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 안에서는 방송사 고위관계자들의 '자화자찬'이 이어졌고, 같은 시각 행사장 바깥에서는 방송의 불공정성을 규탄하며, 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언론노조의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9월 3일 제50회 방송의 날을 하루 앞둔 9월 2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제 50회 방송의 날 축하연'이 개최됐다. 이 날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전병헌 민주당 대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방송3사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에 앞서 우원길 한국방송협회 회장(SBS사장)과 길환영 KBS사장, 이재천 CBS 사장 등은 입구에서 참석자들을 맞이했다.

개회사에서 우원길 한국방송협회 회장은 공정한 방송을 약속하며, 앞으로 방송이 창조경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수많은 매체가 생겨났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지상파 방송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들의 뜻을 늘 기억하며 앞으로도 방송인들은 공정한 여론형성과 국민융합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50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우원길 한국방송협회회장, 박 대통령,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김재호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종국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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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0회 방송의 날 축하연 모습. 사진 = 이하늬기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또한 공정성을 강조하며, '방송장악'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방송장악이다 아니다 말이 많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방송장악이라는 말은 없다"면서 "다만 방송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디까지나 자유는 남의 자유를 훼손하는 자유가 있을 수 없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자유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산업을 창조경제 핵심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히며 방송의 공정성, 중립성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방송의 공정성, 중립성, 사회적 책임에 대한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방송인 여러분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도 창조적 미디어 생태계 발절은 적극 지원해서 방송산업을 창조경제 핵심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와 관련해, 지상파 방송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행사가 진행된 여의도 63빌딩 앞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방송 정상화 촉구를 주장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50회 방송의 날 기념식장 앞에서 방송 불공정성 규탄 및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주장하다가 해직 된 기자들이 10명이 넘고, 해직 기간도 5년이 되어 간다. 이 땅의 방송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기자들이 내쫓기는 상황에 무슨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는 것이냐”면서 "저 사람들이 방송과 언론환경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까지 큰 싸움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KBS 본부장은 지난주 금요일에 방송되지 못한 KBS<추적 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무죄 판결의 전말’편을 언급하며 "추적60분의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이 방송을 탈 경우 정권에 누가 된다는 이유로 불방됐다"면서 "길환영 사장은 정권의 품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KBS본부는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KBS <추적60분> 제작진에 따르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무죄 판결의 전말’편은 보도가치와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송임에도, 그 대상이 국정원이라는 이유 하나로 방송이 불방됐다. 제작진은 같은 날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과 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기사: <‘추적60분’ 불방, 길환영 KBS사장 직접 지시 논란>)

지난달 7~9일 이루어진 기자협회의 설문조사도 지상파 방송의 문제를 보여준 사례다. KBS와 함께 양대 공영방송인 MBC는 영향력 0.7%, 신뢰도 0.5%를 기록했다. 당시 신뢰도 조사에서 방송기자 가운데 MBC를 가장 신뢰한다고 응답한 언론인은 한 명도 없었다. (관련기사: <공영방송 MBC, 영향력·신뢰도 모두 0%대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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