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 직원의 선거개입 수사를 맡고 있던 수서경찰서가 제출한 증거물에 대해 “증거자료 외부 유출 시 사회혼란을 초래한다”는 불분명한 이유로 증거물 반환을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권은희 당시 수서서 수사과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중간수사결과 브리핑 이후 김병찬 서울청 수사2계장에게 증거물 반환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김 계장은 ‘증거분석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 위해를 초래하고 사회혼란이 커진다는 이유로 반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권 과장은 이어 “수서경찰서 수사팀에서 유출할 가능성이 있고 수사팀에서 보안을 지켜도 검찰에 가면 유출된다는 말도 들었다”며 “김 계장에게 나는 수사팀에서 판단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당연히 수사팀이 지킬 것이고, 증거분석 결과에 대한 조치는 수사팀이 결정할 사항이어서 증거물 반환 거부는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서울경찰청의 이 같은 수사방해 행위가 김용판 전 청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강조했다. 검찰은 권 과장에게 서울경찰청장이 국내 주요사건을 수시로 보고 받고 있는지, 당시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사건이 서울경찰청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었는지, 김 전 청장이 이와 관련 모든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당시 언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국정원 수사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며 “이 수사 관련 모든 사항을 김 전 청장은 구두나 문서로 보고 받으며, 청장의 별도 지시 없이는 수사부장이나 수사과장이 자의적으로 증거분석 자료를 주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 김하영과 현장 대치 상황에서 현장 출동과 현장에서 필요한 수사 조치 등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수사정보부장과 각 기능별 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했다”며 “심지어 김하영의 방에 지구대 직원이 같이 들어갔는지 여부도 김 전 청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모든 상황을 보고 받는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또 “서울경찰청에서 지난해 12월19일 우리에게 보내준 증거분석 결과가 들어있는 저장장치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는데 우리 수사팀이 아이디와 닉네임 40개를 구글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거개입 댓글과 찬반클릭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은 이 같은 결과에 매우 충격을 받고 ‘서울경찰청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서울경찰청이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로만 증거 분석범위를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권 과장은 “김씨가 증거를 임의제출하면서 그런 범위를 말한 사실이 없고 서울경찰청과도 분석 범위를 논의하거나 들은 바가 없다”며 “서울경찰청이 임의제출물의 경우 피고발인이 제시한 범위로 한정해 증거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대법원 판례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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