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수사하기 위한 서울수서경찰서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화를 내며 막았다고 권은희 당시 수서서 수사과장이 밝혔다.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권 과장은 “당시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에게 김 전 청장이 화를 내면서 영장신청을 막았다고 전해 들었다”며 “김 전 청장이 12일 오전에 전화했을 때는 서장이 설득해 영장신청에 동의했는데, 오후엔 입장을 바꿔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12일 오후 수서서 지능팀 사무실에서 김 전 청장의 전화를 받았으며 당시 이광석 서장도 권 과장 앞에 서 있었다. 김 전 청장은 오전까지만 해도 이 전 서장의 설득으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신청에 동의했지만 이날 오후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전 청장이 권 과장에 압수수색 영장신청을 하지 말라며 말한 두 가지 근거는 해당 사건이 내사사건이라는 점과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권 과장은 “(검찰 기각) 결과를 떠나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신청할 수 있어 두 가지 근거 모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과장은 “7년 동안 수사과장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방경찰청장이 직접 압수수색 영장 신청 등을 지시한 것은 처음”이라며 “김 전 청장의 상황이 다급해 보였고 수서서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 전 청장이 권 과장에게 “격려 전화를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권 과장은 “김 전 청장이 아침 화상회의에 서장과 각 과장을 소집해 격려했다는 말은 전해 들었지만 나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김 전 청장의 위증 사실을 재확인했다.

권 과장은 또 이날 진술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평소 근무행태가 매우 이상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김씨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건물 CCTV를 확인한 결과, 그는 오전 10시경에 출근하고 오후 1시30분에서 2시 사이에 차량으로 퇴근 후 즉시 외출해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에 들어왔다”며 “김씨가 사택을 돌아다니면서 인터넷 댓글 활동을 한다는 신고내용과 CCTV를 통해 확인한 활동이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김 전 청장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권 과장은 시민들로부터 받은 장미꽃 다발을 들고 법정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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