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국정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이석기 의원' 녹취록을 조선일보와 세계일보가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일보는 자신들이 실수로 기재한 오타까지 똑같이 썼다며 법적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29일 국정원에서 A4용지 62쪽 분량의 녹취록을 단독 입수해 이날 밤 9시께 온라인에서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최종 본이 아니라 미완성 기사였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녹취록 양이 많아서 기자 3명이 나눠서 축약을 하는 과정에 오타가 상당히 포함됐다"면서 "완성본이 아닌데 실수로 한국일보 온라인판에서 출고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편집국은 온라인 사이트를 담당하는 '한국i닷컴'에 연락해 황급히 온라인 기사를 내렸지만 이미 녹취록 기사가 인터넷에서 퍼진 후였다. MLB파크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내려진 한국일보 기사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 29일 밤 실수로 출고된 한국일보 기사
 
그런데 다음날 조선일보와 세계일보에 오타까지 똑같은 기사가 게재됐다. 조선일보 3면엔 "철도가 지나가는데 있어 가지고 통제하는 곳 이거를 파괴하는 것이 통제하는 곳 이것를 파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라고 같은 표현이 두 번 반복된다. 이는 한국일보 미완성 기사의 실수와 똑같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세계일보가 오늘 아침에 국정원 녹취록을 입수했다면서 보도를 했는데, 저희가 쓴 표기법이나 녹취록에 없는 오타 같은 게 지면에 그대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표절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일보의 미완성 기사에는 혜화 전화국와 관련해 '전공 형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실제 녹취록에는 없는 표현이다. 이 관계자는 "당초 녹취록을 복기하던 한국일보 기자가 '진공 형태'를 급하게 쓰다 '전공 형태'라고 잘못 표기한 후 추후에 바로 잡았는데,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녹취록을 입수하지도 않고 한국일보의 첫 보도를 그대로 베꼈기 때문에 나란히 '전공 형태'라고 오타를 냈다"고 지적했다. 
 
   
▲ 8월 30일 조선일보 3면
 
또 '신원미상 남자'라는 표현도 겹친다. 이 관계자는 "실제 녹취록에는 '미상남'이라고 돼 있는 것을 한국일보 기자가 '신원미상 남자'라고 풀어썼는데, 두 신문이 표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등 각종 표기법이 한국일보 첫 보도와 똑같다"고 말했다. 
 
향후 조치에 대해 황상진 한국일보 부국장은 "편집국장 차원에서 조선일보와 세계일보에 경위를 묻고, 법적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며 "만약 베낀 것이라면 '한국일보'라는 출처를 명시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전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편집국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