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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서류통과가 더 어렵다”는 말처럼, 인턴기자 경험이 언론사 입사에 하나의 스펙이 되면서 경쟁률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언론계에 인턴기자제도가 도입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정작 인턴기자를 지원하는 예비언론인들은 인턴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급여는 얼마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사들이 본격적으로 인턴기자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쯤이다. <신문과 방송> 2007년 9월호에 따르면 대학생을 최초로 활용한 언론사는 중앙일보다. 2001년 3월 중앙일보 대중문화팀은 ‘대학생 통신원’을 모집해 현직 기자들이 보지 못한 신선한 문화 트렌드를 파악하려 했다. 직후 조선일보가 그 해 겨울방학부터 인턴기자를 채용해 본격적인 ‘인턴기자제’가 시작됐다.

<신문과 방송>은 인턴기자제 도입 배경을 지면개혁과 이미지 개선으로 꼽았다. “당시 언론계는 ‘언론사 세무조사’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였다. 언론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소위 보수언론으로 불리는 일부 신문사는 인턴기자들의 눈에 띄는 아이디어를 지면에 적극 반영하는 것을 넘어 이미지 개선의 매개로 이용했다”

10년이라는 세월만큼 인턴기자를 거친 인원도 적지 않다. 동아미디어그룹은 지난 6월 인턴기자모집 모집공고에서 9년간 거쳐간 인턴기자가 423명이고 그 중 142명이 기자, PD, 아나운서 등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7년 기준으로 조선일보 인턴기자 누적인원은 대략 600명이고, 중앙일보는 150명, 오마이뉴스는 80여명, CBS는 100여명이다.

최근 대다수 언론사가 인턴기자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감안할 때 누적 인원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 아랑’ 채용게시판에 게시된 인턴기자 모집 공고는 지난 8월에만 9건이고,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9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인턴기자의 임금(활동비)과 업무가 정확히 명시된 게시물은 CBS, 매일경제, <월간중앙> 정도고, 대다수는 ‘소정의 활동비 지급’ 수준으로 명시한다.
인턴기자를 경험한 이들도 인턴기자가 하는 주요 업무와 활동비 등을 모르고 일을 시작한 경우가 많다.

   
©권범철 만평작가
 
인턴기자 모집의 높은 경쟁률도 이런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일단 ‘되고 보자’는 것.
그러나 인턴기자를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도움이 되는 경험이지만 최소한은 지켜주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최소한이라는 것은 최저임금, 적절한 노동시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업무 수행 등이다.

한 인터넷매체에서 인턴기자를 했던 A는 오전 기사를 쓰기 위해 매일 오전 8시까지 출근했다. 퇴근은 일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현장취재를 한 기억은 별로 없다. A씨가 했던 일은 주로 언론계 속어로 ‘반까이’라 불리는 업무였다. 보도자료나 타사 보도에 추가 쥐채를 해서 기사를 쓰는 것. 가령 지난밤 보도된 <추적60분> 내용에 살을 붙여서 기사를 쓰는 식이다. A씨는 보통 하루 2-3개의 ‘반까이’ 기사를 썼다.

A씨가 받은 월급(활동비)은 한 달 40만원. 그럼에도 선배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4시간만 자고 일하라”고 했다. A씨는 “배우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의도치 않게 기사를 생산하는 기계가 됐다”면서 “그래서 저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 회사에 가지 않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기자를 한 후, 기자가 이런 일이면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았던 점은 이 세계를 적나라하게 배운 것, 환상이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경우, 언론사 인턴제도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례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임금, 교육제도의 부재, 장시간 노동, 베껴쓰기에 지나지 않는 업무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A씨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인턴기자제도는 비슷한 문제를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

통신사 인턴을 했던 B씨는 현장을 누빈 기억이 많다. 선배들은 장소를 ‘던져주고’ 나가보라고 했다. 인턴기자 단독이름으로 기사도 수차례 나갔다. 현직 기자들과 비슷한 업무를 한 것. 그러나 B씨의 임금은 80만원 수준이었다.  B씨는 “언론사는 인력이 곧 정보력” 이라며 “현직들과 같은 일을 하는 인턴기자는 ‘교육생’ 이 아니라 저임금의 노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선배들은 인턴들에게 “현직과 다를바가 없다”고 했지만, 인턴기자라서 겪는 부당한 일도 있었다. 한 예로 선배가 쓴 선정적인 기사나 연예기사가 인턴기자의 이름으로 보도됐다. 당시 출입처가 없었던 해당 매체가 출입처 ‘시험’통과를 위해 기사를 ‘관리’ 했던 것이다.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이 문제는 곧 해결됐지만 B씨의 실망은 해결되지 않았다. B씨는 “인턴기자는 배운다기 보다는 스스로 깨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턴기자들은 낮은 임금(활동비)이 ‘보람’으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B씨는 “부모님이 형편이 괜찮아서 용돈을 받는 사람이라면 인턴임금이 나쁠 것이 없지만 인턴임금으로 생활을 해야하는 사람에게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인턴기자 C씨는 인턴기자를 하며 과외를 병행했다. 결국 극단으로 가게 되면 가정형편이 인턴기자 기회까지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주요 일간지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나은편이다. 기자가 만난 주요 일간지 인턴기자들은 모두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으며, 교육 시스템도 체계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미디어그룹은 동아일보와 채널A를 연계해서 신문기자, 방송기자, PD까지 ‘경험’해볼 수 있다. 중앙일보도 첫 주에 희망부서를 정하는 등의 과정이 있다. 조선일보 인턴은 선배에게 수시로 보고를 하는 등 수습기자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알려져있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고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자를 지망하는 인턴기자들은 해당 언론사에 가급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이는 임금(활동비)이나 교육체계에 관계없이 모든 언론사에 해당된다. 채용 전제 인턴기자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채용 연계가 아니더라도 후에 공채에서 조금이나마 가산점을 얻기 위해서다.

조선일보에서 인턴기자를 하는 D씨는 “타언론사에 비해 인턴기자 과정이 빡세다. 그래도 정규직으로 연결되는 인턴이니까 이왕이면 (채용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E씨는 이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씨는 “나중에 공채에 지원할 것이니 이미지를 잘 쌓아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생각”이라며 “아무도 채용을 말하지 않았는데, 혼자 헛물 켠 것”이라 말했다. 이는 D씨와 E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언론사 인턴은 이같은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사들이 좁은 관문을 빌미로 저임금 인턴기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온라인 기사의 클릭수가 곧 ‘돈’이 되는 상황에서 잉여기사 생산은 언론사로서 손해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A씨는 ”언론사는 항상 기사를 부족해하는 것 같다. 잉여생산 하라고 인턴기자를 쓰는 것 같다. (인턴기자는)잉여인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인턴기자들은 언론사가 인턴기자를 채용하는 이유를 홍보효과, 아이디어 착취 등으로 꼽았다. 동아일보 인턴기자 F씨는 “적은 돈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교육을 빙자한 아이디어 착취다. 현직들은 항상 20대들의 생각, 젊은이들의 생각을 궁금해한다” 라고 말했다.

   
예비언론인 누리집인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 아랑' 채용게시판에 게시된 인턴기자 모집 공고는 8월에만 9건이고, 지난 1월 부터 지금까지 총 88개다.
 

최근에는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인턴기자 채용공고를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8월 뉴스타파는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에 헌신하는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을 뽑는다면서 ‘소정의 급여 제공, 인턴 3개월 후 채용 여부 결정’ 조건을 걸었다. 이제훈 한겨레 기자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불안정 노동 상태에서 석달동안 정규직 같은 연차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보상받지 못한 채 노동을 하는 것 자체가 착취”라고 비판했다. 논란 이후 뉴스타파는 인턴시스템을 폐지했다.

인턴제를 운영하는 언론사들은 인턴기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교육적 목적이 중심이라는 입장이다. 인턴기자 최저임금(활동비)으로 알려진 <시사인>의 한 기자는 “업무 수요로 인턴기자를 뽑는다기보다는 교육 측면이 강하다. 급여 개념이 아니고 활동비 개념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인턴활동 하면서 회사홍보도 하고, 준비생들에게 도움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대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젊은 대학생들의 신선한 시각으로 중앙일보에 도움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대학생의 취재와 현직의 취재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싶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또 나중에 현장에서 만날 친구들이니까 일종의 서포터즈를 만드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와 고발뉴스의 경우 인턴기자제도를 운영하다가 중단했다. 한겨레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차례 인턴기자를 운영했지만 이후로는 운영하지 않는데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인턴제도 부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인턴경력 활용이나 근로기준법 확인 등 세부적인 사항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인턴기자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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