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 유료화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의 말이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네이버에 융단폭격을 쏟아 부은 이면에는 조선일보 등의 뉴스 콘텐츠 유료화 전략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털에서 공짜 뉴스를 없애지 않고서는 유료화가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중동이 연합뉴스에 포털 뉴스 공급을 중단하라고 압박하면서 독자적으로 통신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유료화의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네이버 뉴스스탠드가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작품이라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명색이 ‘1등 신문’인데 ‘듣보잡’ 언론사들과 N분의 1로 섞이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었겠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뉴스스탠드는 조중동 입장에서도 출혈이 컸다. 적극적인 뉴스 소비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뉴스 소비 총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왔고 조중동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언론사들 트래픽이 급감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네이버는 최근 조중동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뉴스 콘텐츠 부분 유료화를 도입할 계획이다. 일단 기사 검색 결과에서 조중동 등에서 송고한 유료 콘텐츠를 결제 창으로 안내하는 정도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단계적으로 유료화 범위를 확대, 네이버 뉴스 서비스가 전면 유료화로 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속보와 톱 뉴스 정도를 제외하고 네이버에서 공짜 뉴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유료 콘텐츠 모듈을 열어줄 계획인데 조중동을 제외한 다른 언론에서는 아직 아무런 요청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중동의 의도대로 네이버에서 공짜 뉴스를 사라지게 만들려면 모든 언론사들이 유료화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다음과 네이트까지 동참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텐데 일단 다음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행동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설령 조중동에 연합뉴스까지 네이버에서 한꺼번에 빠지더라도 뉴시스와 뉴스1 같은 다른 통신사들이 있기 때문에 빈 자리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스포츠지들이 포털에서 집단 탈퇴하고 파란닷컴으로 옮겨갔을 때처럼 다른 언론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2004년에는 연예·스포츠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스포츠지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조중동이 조바심을 숨기지 못하고 네이버와 연합뉴스를 압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네이버는 뉴스스탠드 개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뉴스캐스트를 부활해 뉴스스탠드를 병행하되 독자들이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사실상 언론사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전처럼 다시 언론사들에 트래픽을 몰아줄 테니 그만 좀 공격하라는 항복 선언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조선일보의 경우 방상훈 사장이 강력하게 유료화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1만5000명 이상 유료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면서도 “개인 독자들 보다는 기업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B2B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유료화라는 건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런 식의 앵벌이 전략으로 간다면 본격적인 의미의 유료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보수동맹과 분단질서에 집착하는 팬들이 있지만 시사인이나 뉴스타파 등에서 발견되는 팬덤 현상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콘텐츠의 구조적인 혁신 없이 단순히 지불장벽을 치고 네이버를 압박하고 연합뉴스를 내쫓는 걸로 유료화가 성공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뭘 팔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원은 “일단 조선일보 등이 프리미엄 콘텐츠로 유료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여전히 네이버 의존적 모델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조중동이 통신사 설립을 추진하는 건 단순히 엄포 차원이 아니라 그리 큰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연합뉴스의 영향력을 잠식하고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복합적인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포털 첫 화면의 막대한 트래픽을 차지하기 위한 헤게모니 다툼이 한동안 계속될 텐데 이럴 때일수록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조중동은 포털의 공정성을 이야기하면서 포털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포털을 언론으로 인정하고 충분히 자율성을 부여하되 편집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차원으로 논의를 확대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