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당이사들이 개최한 ‘수신료 현실화 서울공청회’에서도 참석자들은 KBS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이 우선 담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청회는 야당 이사 4명은 빠진 상태에서 진행돼 ‘반쪽짜리’ 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20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KBS 여당 이사들 주최로 열린 'TV수신료 현실화 서울 공청회'에서 “지금 KBS는 수신료보다 광고수익이 더 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KBS가 공정방송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수신료가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공영방송 사업의 재원마련을 위한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이 공영성 회복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20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KBS수신료 인상안 서울 공청회
이치열 기자 truth710@
 
발제자로 참석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BBC의 명성과 성장 이면에는 수신료의 물가안정제라는 안정된 재원구조가 바탕되어 있다”면서 “영국과 독일은 80퍼센트가 수신료인데, 우리는 4500원에서 5000원이 되어도 60퍼센트 정도가 수신료다, (수신료 인상 안 하고) 이대로 간다면 차라리 공영방송을 안 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청회 참석자들은 수신료 인상에 앞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가 공익다큐, 동물의 왕국과 같은 칙칙한 계몽적 70년대 프로그램을 잘하겠다고 하는데 조금도 설득이 안 된다”면서 “치열하고 도발적이고 누구도 건들지 않는 금기를 끄집어내야 한다, ‘PD수첩’보다 고발성 강한 시사고발 프로그램 만들어내겠다, 사회적 약자 문제 끄집어내겠다는 약속은 왜 나오지 않냐”고 비판했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국민들 대부분은 KBS 수신료가 낮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면서 “그런 동의 구조를 만드는 노력이 부족한데,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동의가 된다”고 말했다.

한동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신료 인상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왜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에 정치적 저항이 있는지를 잘 생각해봐야한다, KBS가 공영방송의 실체와 철학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떨어지면 사람들이 기꺼이 수신료를 낸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한균태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수신료 현실화가 상정된지 40일이 지났는데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회가 나눠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지난 14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8개 국장 직선제’가 부결되자 공식입장을 내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KBS 야당이사들 “일방적 수신료 인상 논의 중단하라”>)

이들은 8개 국장 직선제가 “수신료에 의존하고 있고, 수신료를 인상하려고 하고 있는 KBS가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반성이고 의지표명”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여당 추천 이사들은 ‘직선제가 만능이 아니다’ ‘ 인사권을 보장해야 한다’ 등의 주장으로 국장 직선제를 반대했다.

이와 관련, 정윤식 교수는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중재조정 장치를 마련하면 작은 일이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며 “유럽의 편성위원회처럼 옴부즈맨 제도를 KBS이사회가 합의하는 인물들로 구성한다면 대형 노조 파업도 없어지지 않겠나, 심판관 제도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만 여당 추천 KBS 이사도 “국민 의견 수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면서 “야당추천 이사들이 하는 토론회도 여론 수렴 과정 중의 하나다. 따로따로 가는 게 아니라 나중에 한 접점에서 모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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