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동자들은 사무실 앞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의 이야기, 여름 내내 쉬지 않고 일했지만 명절 보너스로 7만 원을 받은 사연, 전자제품을 들다 허리를 다쳤지만 쌓여 있는 ‘콜’ 때문에 휴가를 내지 못한 경험담 등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기자들에게 들려줬다. 프레시안과 연합뉴스, 천지일보 등 대여섯 언론이 이 현장을 취재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이 노동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8시는 돼야 퇴근한다. 여름은 ‘성수기’로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한다. 하루에 10~20건을 처리하는데 이동하고 고치는 시간을 고려하면 식사를 거를 때가 많다. 반면 비수기 때는 100만 원도 손에 못 쥐는 달이 있다. 그래도 항상 웃어야 한다. 1년 쓴 제품을 새 것으로 바꿔 달라는 고객에게 ‘직언’하면 서비스평가 점수가 낮아지고, 최악의 경우 얼마 동안 일이 끊기기도 한다.
▲ 삼성전자서비스 | ||
경북지역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최아무개씨는 “하루에 20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시킨다”며 “쉬려고 하면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경고장’을 날리고, 협력업체 사장들은 밥그릇 지키려고 우리에게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성남센터의 한 노동자는 “한 시간에 한 건 처리하기도 힘든데 삼성은 30분에 한 건으로 줄였다”며 “여름을 보낸 직원들을 가을에 보면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좀비가 된다”고 말했다.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을살리기비대위,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는 18일 오후 서울시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을의 눈물’ 11차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사진=박장준 기자. | ||
아산센터의 한 노동자는 최근 20년 지기 친구이자 직장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휴대폰 요금, 차량유지비, 밥값 하나도 안 나온다. 6개월 전 팔을 다쳤는데 회사에서는 ‘콜을 막고 병원에 가라’고 했다. 삼성이 좋아서 입사했고, 물건을 고치면서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더 이상 못하겠다. 친구가 사무실 앞에 차를 놔두고 맞은편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졌다. 나도 죽고 싶을 때가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14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 조합원은 1000명을 훌쩍 넘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최정명 부위원장은 “조합원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노조는 그달 11일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된 요구는 △위장도급-불법파견 근절 및 정규직 전환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준수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다. 노조는 삼성 측에 두 차례 교섭을 요청했으나 답이 없는 상황이다.
▲ 지난 7월 11일 오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에 근로자지위혹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최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 협상을 요청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업체와 관련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사진=박장준 기자. | ||
은수미 의원은 “삼성은 지금까지 협력업체 사장을 내세워 ‘진짜 사장’이라고 주장하고, 우리가 증거를 짜맞췄다는 이야기를 흘렸다”며 “삼성 측에서 진전되고 집요한 로비를 할 텐데 우리도 언론과 시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자는 “언론이 광고 때문에 보도를 못하는 것 같은데 적어도 KBS는 우리 이야기를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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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1일 오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에 근로자지위혹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최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 협상을 요청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업체와 관련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사진=박장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