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학생 606명이 14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고대는 지난 6월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이름으로 국정원 사태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지만 학생들이 집단으로 참여한 시국선언은 이날이 처음이다.

고대 학생들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대통령 선거를 유린하고 국민을 농락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를 직접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닌 국정원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경찰은 상부의 지시로 이를 은폐한 심각한 범죄가 벌어졌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사실관계를 감추려 들어도,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고 언론을 조작할 수는 있어도 국민의 분노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특히 “국회는 새누리당이 국정원과 한 패가 돼 국정조사를 조직적으로 무력화하는 등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국정원의 여론 조작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며 대놓고 국정원을 두둔하는 황당한 주장을 일삼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고려대학교 학생 606명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고대 학생들은 언론의 통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국정원 사태를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흔한 정쟁의 가십거리 정도로 다루고 있으며, 공중파 방송 3사는 뉴스 보도를 차단함은 물론 관련 시사 프로그램을 별 이유 없이 통째로 편집하거나 방송을 중단시키는 충격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국정원 사태의 본질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정권 연장을 위해 국가 기관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헌정 질서를 파괴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책임소재가 드러나면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남 민족고대 시국회의 집행위원장은 “연일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고, 매주 주말에는 수만의 시민이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고 국정원 사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사건의 정황을 면밀히 파악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짚어내고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새로운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속에 시국선언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해결을 위한 민족고대 시국회의’는 지난 6일부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과 학교 내 오프라인 서명을 통해 시국선언 참여 학생들을 모집했으며, 모두 606명의 학생이 뜻을 함께했다.

이들은 이날 시국선언과 함께 국정원에 의해 짓밟힌 민주주의를 애도한다는 의미의 ‘민주주의 장례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기원하며 108배를 진행한 후 새누리당사를 찾아가 시국선언문을 전달했다.

다음은 고대 학생들의 시국선언 전문과 명단이다.

   
고려대학교 학생 606명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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