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비(31·정지훈)의 재입대 논란으로까지 불거진 연예병사 관련 국방부 감사결과에 대해 국방부가 연예병사 선발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르면 비 역시도 그동안 “필수 서류는 다 받았다”는 국방홍보원의 주장과 달리 국방부 훈령을 위반해 선발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후열 국방부 정책홍보담당관은 1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국방부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한 적이 없고 감사관실은 훈령대로 감사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면서 “연예병사들이 문제가 됐던 선발 시점에서 국방부가 법령을 제때 개정 안 한 부분이 있고, 입법상 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방부 ‘홍보병사 운영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선발된 연예병사 15명 중 비를 포함한 10명이 서류 미제출자임에도 국방홍보지원대에 합격했다.

이들 연예병사가 선발될 당시의 ‘국방 홍보지원대 운영 훈령’ 제9조에 따르면 홍보지원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별 협회의 확인서(경력·출연확인서 등)와 추천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비의 경우에도 협회 추천서나 확인서를 내지 않았다.

   
최근 연예병사로 제대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
©CBS노컷뉴스
 
아울러 지난달 18일 국방부가 홍보지원대 폐지를 결정하고 이어 안마시술소 출입 등 군 복무규율을 위반한 연예병사 8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군 관계자에 대해선 합당한 징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제9대 국방홍보원장을 지낸 이용백 전 원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방부 인사실장도 도의적 책임이 있고 국방홍보원장도 적법한 처벌을 받고 나가는 것이 본인에게도 떳떳한 일”이라며 “국방홍보원장 임기가 얼마 안남았다면 서둘러 감사결과를 발표했어야 하는데, 원장 임기가 만료되고 해당 연예병사도 제대하고 나서 감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봐주기 감사”라고 지적했다.

당초 국방부 감사결과는 지난달 초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국방부는 비가 지난달 10일 제대하고, 17일 오철식 전 국방홍보원장의 임기가 끝나고 나서야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용백 전 원장은 “나 역시 국방부 감사를 받아봤는데 이번 감사도 윗사람의 눈치를 본 흔적이 역력하다”며 “보통 감사라고 하면 어떤 조직의 장에게도 바른 소리를 해야 하는데 국방부  일부 감사의 경우 장관의 지시를 받아 그대로 감사결과를 도출하는 행태가 있어온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방홍보원이 연예병사 제도를 잘 활용하려면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가를 데려다가 운영해야 하는데 현재 국방홍보원은 예산과 전문 인력도 없다”며 “국방홍보원 간부 자리도 퇴직을 앞둔 사람에게 한자리 주듯이 하다 보니 기강확립도 안 돼 있고 내가 물러난 이후로는 민간이 아닌 군 정훈장교 출신을 임명하다 보니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부실 감사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여부는 감사관실에서 판단할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김후열 정책홍보담당관은 “국방홍보원장은 감사 중 계약이 만료돼서 징계를 내릴 수 없고 비도 전역하고 나면 군인 신분이 아니어서 군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대변인과 인사실장 징계는 감사관실 처분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방홍보원 실무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는 현재 진행 중이며 이들의 신분이 공무원인 관계로 최종 징계는 안전행정부에서 내릴 예정이다.

국방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는 통상적으로 그랬듯이 장관이든 인사실장이든 인사 책임자가 해야 할 일을 인사 책임자 밑으로만 꼬리 자르고 넘어가는 식”이라며 “9월 정기 국회가 열리면 지금처럼 모르쇠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하급 지휘관과 일반 사병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던 여러 사례를 종합해 국방부 지휘관의 역할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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