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당시 KAIST 교수)이 2009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 중 ‘거짓말’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에 대해 제재조치가 검토되고 있다. 연예·오락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발언에 대해 사실여부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사에 제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권혁부)는 7일 오후 열린 회의에서 2009년 6월1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안철수 편에 대해 심의를 벌였다. 변희재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가 지난 5월 ‘안철수의 3대 거짓말’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거짓말’로 지목된 안 의원의 발언은 크게 세 가지다. 민원을 제기한 인미협 측은 이 같은 안 의원의 거짓말이 '안철수 신화'로 포장돼 교과서에도 실렸고, 이는 안 의원이 정치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 의원은 당시 방송에서 “입대 후 내무반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가족들한테 군대 간다는 말을 안 하고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입대 직전까지 백신 개발에 몰두하느라 가족들에게 인사를 못하고 나왔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인미협 측은 안 의원의 부인 김미경씨가 1998년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을 보면, 기차역까지 안 의원을 배웅했다는 증언이 나온다며 안 의원의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인미협은 또 당시 안철수 의원이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본인 소유의 회사 주식을 나눠줬고,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언론들의 취재요청이 쇄도하자 ‘얼굴이 안 나오는 조건’으로 마지못해 취재에 응했다고 발언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안철수 의원이 KBS와 정식으로 인터뷰 한 내용이 2000년 10월26일 <뉴스9>에 방송됐다는 것.

   
▲ 2009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안철수 교수편.
 
 
안철수 의원이 방송에서 창업 과정을 설명한 부분도 ‘거짓말’이라고 인미협은 지적했다. 안 의원은 당시 방송에서 의사와 백신개발자의 길을 놓고 고민하던 와중에 “더 의미가 크고 재밌고 잘할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쪽을 해야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미협은 안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기사(2001년 9월22일자)에서 “군의관을 마친 뒤 복직 절차를 밟으면서 대학측에 실험기자재를 요청했었다. 그 때문인지 복직이 안 됐다. 10개월간 실업자로 지내면서 무엇보다 아내가 벌어온 돈으로 사는 게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창업하게 됐다”고 언급한 대목을 들어 ‘무릎팍도사’에서의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당시 방송에서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민원 내용에 포함됐다. 안 의원이 미국 맥아이피사로부터 1000만달러의 투자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한 ‘증거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을 그대로 방송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인미협의 주장이다.
 
장낙인 위원은 “오락프로그램에 객관성 조항을 적용할 수 있냐 하는 부분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장 위원은 “예를 들어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스캔들 얘기를 했을 때, (그 발언의) 사실관계를 파헤쳐서 객관성 문제로 건드릴 수는 없다”며 “출연자들이 나와서 한 얘기를 방송사나 PD, 진행자가 하나하나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택곤 위원은 안철수 의원의 당시 발언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뒤, “굳이 따지자면 검증이 필요한 선의의 과장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걸 (검증하지 않았다고) 제작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냐”고 말했다. 역시 ‘각하’ 의견을 낸 것이다. 
 
반면 엄광석 위원은 “방송의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며 “이런 류의 방송이 영향을 줘서 교과서에까지 (안철수 의원의 ‘거짓말’이) 잘못 실렸다면 그런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소 느슨한 건 사실이지만 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해서 객관성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안 의원이)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데 작용했다고 하면 홍보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짓말로 인해 만들어진 ‘안철수 신화’를 바탕으로 그가 정치인이 되는 데 해당 방송이 ‘홍보효과’를 줬기 때문에 제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박성희 위원은 “최근 오락프로그램의 정치성, 정치인의 일방적 홍보의 장으로 되는 걸 막아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TV만큼 이미지 정치에 강력한 무기가 없다. 인터뷰이가 거짓말하는 걸 막거나 거르는 장치를 방송사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약을 받는다거나 그런 식의 진실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것이다.
 
권혁부 위원은 “세 가지 내용이 ‘안철수 신화’로 바뀌어서 우리나라 초중고 교과서 16종에 실렸다”며 “(거짓말이) 교과서에 실려서 자라나는 후세들이 신화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도 그 신화가 교과서에 실려있다는 점에서 그런 병폐는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안건에 대한 제재수위는 차기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심의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장낙인 위원은 “연예인이 출연해서 성형수술을 몇 번 했다, 그런 내용까지 다 잡아서 (객관성 조항 위반 여부를) 심의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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