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일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여부에 따라 한 달 넘게 파행 제작되어 온 한국일보 정상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노사 간 대화 재개 가능성과 함께 편집국 정상화 가능성에도 관심의 초점이 맞춰진다. 
 
서울중앙지법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2일 오전 10시30분 벌인다고 31일 밝혔다. 장재구 회장은 법원에서 혐의 사실에 대해 소명한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기하게 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노조가 고발한 200억원보다 많은 액수의 배임 혐의에 더해 서울경제 회사자금 13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한국일보 전직 기자들은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변수도 있다. 장재구 회장은 이달 초 한국에 잠시 귀국한 동생 장재민 미주한국일보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장재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미주한국일보 지분 중 일부를 장재민 회장에게 넘기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걸로 배임 액을 변제하겠다면서 정상참작을 바라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지난 17일 밤,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그러나 검찰은 노조가 고발한 내용 외에 추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장재민 회장이 굳이 장재구 회장의 미주한국일보 지분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정상참작’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재구 회장이 구속수사를 피하려고 ‘꼼수’를 쓴 거겠지만, 통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관심은 편집국 정상화 가능성에 모아진다. 노조는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 관계자는 “만약 구속이 된다고 해도 대주주 지위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옥중경영’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정상화 논의를 하려고 할 때 계속 가로막았던 게 장재구 회장이니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편집국 정상화를 위한 노사의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편집국 봉쇄가 풀리고 나서 경영진에서는 정상화 문제를 두고 저희와 논의를 하려고 했는데 장재구 회장이 가로막아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며 “(대화 재개 가능성은) 구속 여부가 결정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언급한 ‘서울경제 130억 횡령’ 혐의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일보 비대위 측은 “우리도 모르는 내용이어서 나중에 자세하게 내용이 나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노조 관계자는 “저희도 생각 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구 회장은 서울경제 회장직도 맡고 있다.
 
서울경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회장 개인의 횡령 문제가 이슈가 됐던 적은 없었던 걸로 안다”며 “회사 돈이 한국일보에 부당하게 지원된다는 의혹에 대해 구성원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2000년 한국일보에서 분리돼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으며, 한국일보의 지분 3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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