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케이블방송업계가 울트라HD(UHD)방송 추진에 적극 나선 가운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31일 "울트라HD(UHD)방송 정책 추진은 신중해야 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는 전날 지상파 방송사 4사가 미래부의 UHD 추진 계획에 지상파가 배제됐다며 반발한 것과 연관이 있다. UHD방송은 기존 풀HD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새로운 방송기술이다.

 
최근 미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FCC 등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 위원장은 이날 방통위 출입기자들과 오찬에서 "혹시 '창조경제에 거스른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솔직한 사람이라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국 정부와 콘텐츠 제작 업체들이 UHD방송에 회의적인 것을 지적하며 한국의 UHD방송 도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UHD방송 도입에 필요한 여러 전제조건 중 현재 한국이 TV 단말기는 만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UHD방송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그는 "월트 디즈니 등 세계적 콘텐츠 제작 업체를 방문했는데, 2010년에 도입한 3D 방송 제작을 중단할 것이고 UHD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흑백에서 컬러,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방송이 전환할 때와 다르게 HD에서 UHD로 전환에는 그렇게 엄청난 투자를 할만큼의 차이와 의미가 있지 않다"는 전언이다. 
 
   
▲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이 위원장은 이어 "미국 시장도 그런데 한국은 현재 방송 콘텐츠의 80%를 지상파가 만들고, 케이블방송은 자체 제작이 거의 없다"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케이블에서 시범방송을 시작하지만, 콘텐츠를 준비하지 않고는 전국적으로 상용화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며서 "유료방송이라고 다 돈 주고 UHD TV를 살 것인지에 대해선 시장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부의 추진 정책 하에 케이블방송업계가 UHD방송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7일 케이블업계가 UHD 시험방송을 한 것 등을 언급하며 "미래부가 UHD방송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는데 방통위와도 상의를 했으면 좋을뻔 했다"고 말했다. 
 
그는 UHD방송 도입에 관련 부처와 업계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공동의 추진체를 만들어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TV 제조사, 방송사 등이 망라된 범정부 추진체를 구성하자고 곧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사가 UHD방송을 하기 위해선 현재 여유 대역인 700㎒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동통신업계가 이 대역을 LTE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 통신 주파수 담당기관인 미래부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700㎒ 주파수에 대해서도 미래부와 방통위가 어떻게 쓰고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공동 연구반인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사는 30일 미래부에 UHD상용화 전략이 케이블, 위성방송 등을 중심으로 수립된 것에 반대하는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 방송에서 UHD 방송이 우선 실시돼야 UHD 콘텐츠와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려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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