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들이 가상계좌를 만들지 않으면 손님 배차조차 되지 않는다. 최소 일정 금액 이상 가상계좌에 입금돼 있어야 배차를 받을 수 있고, 너무 먼 곳이라 가지 못해도 500원의 벌금이 빠져나간다. 대리기사들에 따르면 이렇게 한 달 동안 빠져나가는 벌금은 10~15만 원에 이른다.
대리운전 프로그램회사에 따라 벌금제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각 프로그램사는 건당 5백 원에서 1천 원의 벌과금을 기사에게 부과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전국대리기사협회와 벌과금문제 협상을 통해 전화 취소 시에만 5백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최종 호출을 접수한 가사에게 이를 환원하고 있지만, 상당수 회사들은 프로그램을 대행 판매하고 기사를 관리하는 대리회사들의 영업 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해 벌금을 1000원으로 올리고 환원 정책을 없앴다.
이 외에도 대리운전 기사들은 호출 1건이 완료되면 3000원씩 수수료가 빠져 나가고 호출을 받고 5분이 지나 손님을 태우지 못해도 회사는 3000원을 공제해 간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열심히 호출 장소로 갔는데도 술에 취한 손님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3000원을 회사에 헌납하는 셈이다.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 대리운전기사 증언대회’를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 ||
이 같은 대리운전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대기운전 업체의 횡포를 바로잡고자 민주당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 대리운전기사 증언대회’를 열고 대리운전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불공정 계약과 과다한 수수료를 강요하는 실태를 고발했다.
우원식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어려운 조건에 있는 분들이 대리운전을 하는데 그 어려운 조건에 있는 것을 빌미삼아 계약관계도 불공정하고 말도 안 되는 벌금을 만들어 매기는 것을 보면서 불공정의 막장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부당한 관행을 경찰에 가서 조사해 달라고 하면 경찰이 수사해서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하고 조사도 엉망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대리운전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리운전 피해보상 내용을 규정한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대리운전업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가 대리운전업자의 등록기준과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법제화하자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리운전업체가 부당 이득을 취하고 기사들을 여러 수수료로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며, 소비자들이 대리운전을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 대리운전기사 증언대회’를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 ||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권익위원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법제화로 대리운전기사들의 자격요건 강화되면 신용불량자 등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쫓겨나는 것이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면서 “벌칙조항뿐만 아니라 대리운전기사들에 대한 재교육 등 법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대리운전업계의 일방적인 보험료와 수수료 결정, 사업자 손해배상 범위 등 약관 문제를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