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V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역사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최소한의 방어권이나 진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RTV 이주영 기획실장은 통화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어이가 없다”며 “재심을 신청하고, (결과가 같을 경우) 행정소송까지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에서 <백년전쟁>이 객관성과 공정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 중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관련기사: <역사다큐 ‘백년전쟁’ 편성한 RTV 중징계 논란>)

 
당시 심의위원들은 <백년전쟁>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프로그램”(엄광석), “좌파의 시각으로 근현대사를 매도하는 프로그램”(권혁부) 등으로 규정했다.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매도하고, “수출주도 중화학공업이나 경제개발계획 등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이미 확립된 업적과 평가”를 매도했다는 것이었다. 

   
▲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민족문제연구소
 
 
 이에 대해 이주영 실장은 “방송심의의 범위를 넘어서는 발언들을 (위원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심의규정에 나오는 객관성, 공정성 부분이 어느 정도 구현됐고, 얼마나 위반했는지, 그것만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백년전쟁>이) ‘좌파 다큐’라고 하다가, (다른 위원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얘기도 하더라”며 “(위원들이) 작정을 하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심의 과정에서 제작사에게는 방어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객관적 사실을 입증할 전문가나 제작사를 배제한 상황에서 (심의 결과는)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며 “심의위원들의 월권일 뿐만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있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12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관계자징계 및 경고’ 의견으로 <백년전쟁> 두 편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방송소위에서 의견진술을 서면으로 대체했던 RTV와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전체회의를 앞두고 의견진술 기회를 요청했지만, 당시 위원들은 ‘전체회의에서 의견진술을 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안건을 다시 방송소위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지난 10일 열린 방송소위에서는 정부·여당 측 위원들이 <백년전쟁> 제작사인 박한용 실장의 의견진술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편향적인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야당 추천 위원들과 RTV 측 관계자들이 끝내 퇴장하는 등 심의는 파행을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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