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은 27일 대부분의 종합일간지에서는 정전 60돌의 의미를 짚어주는 기획기사들을 선보였다. 

저마다 한반도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일부 언론에서 친일 인사를 전쟁영웅으로 추켜세우거나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편향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자사의 논조에 따라 정전의 의미를 NLL(북방한계선)이나 남북 간 군사적 충돌과 연계해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27일 <정전 60년 백선엽 장군에게 듣는다>는 제목의 기획 인터뷰 기사를 2개 면에 걸쳐 실으며 친일인사인 백선엽(93)씨를 전쟁영웅으로 소개하며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한국전쟁의 상황을 전했다.

   
▲ 중앙일보 27일자 14면.
 
중앙일보는 백씨에 대해 “그는 공산 측과의 휴전회담 첫 한국 대표였고, 그 이후로도 주요 전투의 지휘관과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으로 정전협정 체결까지의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본 인물이다”며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6·25전쟁의 중요한 국면에서 탁월한 야전 지휘로 한국과 미국에서 전쟁 영웅으로 꼽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백씨는 일본 제국주의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 만주군 소위로 임관한 뒤 간도특설대에서 항일세력 토벌에 참가했던 대표적인 친일파 인사다. 그는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지난 2005년 8월 29일 발표한 친일인사 3095명 가운데에 포함돼 있다.

백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산업화에 성공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발전에 커다란 업적을 쌓은 인물이다”며 “1950년대의 전쟁과 전후 복구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은 걷기 시작했고, 그런 힘든 과정을 토대로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기에는 산업화라는 과정을 거치며 마침내 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토요판 커버스토리 <전쟁같은 정적> 르포 기사를 통해 1박 2일간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취재한 내용을 전했다. 동아는 유엔군사령부의 허락 하에 국내 언론 최초로 판문점의 야간 전경을 공개하고 대성동 마을의 경호작전도 취재했다.

국민일보는 DMZ 안의 민간인 거주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마을과 육군의 동부전선 산악부대인 을지부대를 찾았다. 대성동 마을은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생겨났다. 분단 전 경기도 장단군에 속했던 하나의 마을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한의 대성동과 북한의 기정동으로 쪼개졌다.

   
▲ 국민일보 27일자 6면.
 
국민일보는 마을 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겪었던 전쟁의 아픔과 에피소드를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구전돼 내려오는 ‘깃대 경쟁’ 사건은 평범하던 대성동 마을이 분단국 최전방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고 전한다. 70년대 대성동 마을의 공회당(마을회관)에 철탑으로 만든 높이 48m의 대형 국기 게양대가 설치됐다. 이에 자극 받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 게양대가 더 높게 올라갔고, 남한은 다시 대성동 마을 게양대를 99.8m까지 올렸다. 한 달 뒤 기정동 마을엔 또 다시 165m의 게양대가 설치됐다.

세계일보에는 16년 만에 DMZ를 카메라에 담았다는 최병관 작가의 사진 기사도 시선을 끌었다. 최 작가는 DMZ 안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녹슨 철조망과 그 옆을 지키고 선 민들레 꽃씨를 보며 “꽃씨가 얼른 널리 널리 퍼져 저 불그죽죽한 어둠의 기운을 물리치고 이 땅에 생명과 평화의 싹을 틔우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27일자 4면.
 
하지만 기사의 일부 내용 중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의 내용도 있었다. 최 작가는 중국군·북한군 등 전사한 적군의 유골을 안장한 ‘적군묘지’를 둘러보며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때 중국군 유해를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며 “DMZ에 관한 박 대통령의 구상과 관심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깊다”고 칭찬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NLL 관련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이적행위를 고발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재직하던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의 징후를 알리는 북한군의 도발정보를 두 차례 전달받고도 이를 무시해 우리 군에 큰 피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 한겨레 27일자 1면.
 
2001년부터 2002년 10월까지 국군 제5679부대장을 지낸 한철용(67·육사 26기) 예비역 육군소장과은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남재준 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주한미군 쪽에 우리 부대가 보낸 북한군 도발정보를 정상적으로 전달했다면, 연합사는 미리 준비된 ‘서해5도 우발계획’에 따라 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 우리 장병의 억울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 “우리 군 수뇌부가 북한군의 명백한 도발 정보를 두 차례 모두 묵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남재준 원장은 지난 6월24일 2급 비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하는 등 ‘NLL 논란’을 주도해온 장본인이다”며 “국정원은 지난 10일 대화록 공개의 배경을 설명하며 ‘생명과도 같은 NLL’, ‘국가안보 수호의지’ 등을 강조했는데 정작 남 원장 자신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시절 북한군 도발정보를 소홀히 취급해 NLL 무력화를 시도한 북한군의 의도를 적절히 차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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