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위법행위로 국민권익위원회 신고까지 받았던 정석구 남원의료원장의 재임명을 두고 노조를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도는 노조와 시민사회의 줄기찬 퇴진 요구에도 이달 초 정 원장을 3년간 재임명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는 원장 임명 과정에서 후보자 명단과 임원추천위원회 회의록까지 비공개로 일관해 ‘측근 밀실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남원의료원 임원추천위원회에서는 차기 원장에 응모한 5명의 신청자에 대해 적격 심의를 했다. 이현주(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 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4명을 의료원 이사회가 추천했고 나머지 두 명도 김완주 지사가 추천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이사회가 선임하는 위원의 정수는 임원추천위원 정수의 2분의 1 미만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추천위원회 회의록 역시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이 의원은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7월 개회 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전북도에 남원의료원장 임명추천위원회의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비공개하고 있다”며 “정석구 원장이 김완주 지사의 측근인 점에서 내정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남원의료원. 사진제공=전국보건의료노조
 
정 원장은 전주고등학교 49회 졸업생으로 김 지사(42회)의 7년 후배이자 막역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원장이 김 지사의 전주시장 시절부터 선거를 도와줬고 최측근 자문그룹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전주고 등의 인맥을 관리해 왔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오은미 전북도의원은 “정 원장 본인 입으로 직원들에게 김 지사의 측근이고 재임명될 거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며 “김 지사의 의중을 가장 잘 실현할 사람이 본인이라고 자랑삼아 얘기할 정도로 둘의 관계가 가깝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이어 “공공기관의 모든 공고는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전북도는 원장 후보와 추천위원들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위법한 사항이 있다”며 “이번 남원의료원 원장 재임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여러 의혹에 대해 정석구 원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김완주 지사와는 못 본 지 거의 1년이 된 것 같고 나는 의사이지 캠프에 참여한 사람도 아니어서 정치적으로도 무관하다”며 측근 인사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장은 임원추천위에서 뽑는 거고 김 지사도 내가 믿을 만하니까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임명한 것”이라며 “진주의료원처럼 되지 않기 위해 다음 주 중으로 노조 위원장과 직접 만나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 출연기관인 남원의료원은 지난해 12월 노사간 단체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7일 동안 노조 총파업 사태를 겪었으며, 지난 3월 사측이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하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졌다.

전북지역경실련협의회는 지난달 26일 국민권익위에 ‘남원의료원 위법행위에 대한 감사요청 신고서’를 제출했다. 전북경실련에 따르면 정 원장은 의료법과 약사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벌금의 전과가 있으며 남원의료원 운영 관련 약값 상한제 리베이트(사례금)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용길 전국보건의료노조 남원의료원 부지부장은 정석구 원장의 재임을 반대하며 지난 3일부터 남원공설운동장 조명탑에 올라가 철탑 농성을 벌였지만 김완주 지사는 정 원장의 재임명을 강행했다. 아울러 이환주 남원시장은 지난 18일 이 부지부장이 부친상으로 철탑에서 내려오자 농성 중이던 조명탑을 철거·봉쇄했다.

이현주 의원은 “김 지사가 정 원장에 대한 임명을 공식 철회하지 못한다면 남원의료원을 살리기 위해서도 정 원장이 스스로 사퇴하는 길밖에 없다”며 “이 상황에서 정 원장이 김 지사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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