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정치인을 풍자하는 그림으로 화제를 모았던 팝아티스트 이하(45) 작가가 전두환 비자금 환수를 촉구하는 특별전을 연다.

※관련기사([단독공개] 원세훈 가면 쓴 이명박, 박근혜 가면 쓴 박정희)

이하 작가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서교동 ‘공간 룰루랄라’에서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전시회는 전두환씨 관련 작품들이 10여 점으로 주를 이루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작품도 등장한다.

이하 작가는 1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사회 정의가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인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정의가 통쾌하게 이기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젊은 사람들이 전두환에 관심을 가지고 진실에 접근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이 미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전두환씨도 초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씨도 미술 애호가로 소문이 났는데 전씨를 위해서 그림을 많이 그렸으니 같은 애호가로서 방문해 달라”며 “작품을 공짜로도 줄 수도 있으니 추징금만 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하 작가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서교동 ‘공간 룰루랄라’에서 전두환 특별전을 연다. (사진제공=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하 작가가 전두환씨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때 만났던 친구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접하고 나서부터다. 이 친구는 광주에서 자라 어릴 때 작은아버지를 5·18로 잃었다. 친구는 이후 군대를 특전사로 지원해 무술을 연마한 후 전두환씨를 암살하러 간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특전사에 떨어졌다. 영화 <26년>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다.

전시회 제목 ‘왜 나만 갖고 그래’는 전씨의 말을 풍자하는 유행어지만 현재 이하 작가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와 탄압에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포스터를 시작으로 모두 8번의 길거리 전시회를 하면서 9번의 사법기관의 조사와 2차례의 기소, 7번의 재판을 받았다.

   
▲ 전두환전이 열릴 전시회장.
ⓒ강성원
 
이하 작가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거리에서 포스터 부착 퍼포먼스를 할 때마다 경찰과 검찰의 끊임없는 감시와 방해를 받았다”며 “예술가의 당연한 권리를 지나친 법의 잣대로 판단하고 범죄자 이미지를 덧씌워 정치를 풍자하지 못하게 하는 건 분명히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표현의 자유는 대단히 소중한 민주주의 가치이고, 우린 권력자의 뒷담화를 할 권리가 있다”며 “법의 협박에도 내가 이 일을 계속하고 부당한 법과 싸워 이겨야 우리 사회와 후대 작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누릴 토대가 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하 작가의 ‘전두환전’은 매일 평일과 주말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되며, 전시 마지막 날 오후 4시부터 모든 작품을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수익금 전액은 뉴스타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후원하는 데 쓰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