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언론사 관계자 간의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프레스센터와 코바코 연수원을 언론인에게 돌려달라”고 발언했다. 지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자산 소유권 다툼이 재 점화됐다. 

박 대통령과 오찬 자리에서 등장한 발언은 우연이 아니었다.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18일 통화에서 “나는 기자협회·여기자협회·관훈클럽·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계를 대표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코바코 자산인 프레스센터 12층~20층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남한강수련원에 대해선 “언론재단 산하에 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송희영 논설주간은 “전두환 정부에서 코바코를 만들 때 광고액수의 15%를 수수료로 받았고, 그 수수료로 방송발전기금을 만들어 언론인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프레스센터와 남한강수련원을 만들었다”고 설명한 뒤 “코바코는 언론인의 자산을 자기 것인 양 생각한다. 언론인을 위한 시설이 방송광고 판매조직 밑에 있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KBS·MBC 등 지상파 방송광고판매를 독점대행해온 코바코는 지난해 2월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법)이 통과되며 공영미디어렙으로 전환했다. 코바코는 비영리 무자본 특수법인에서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바뀌었고, 기획재정부가 코바코 주식의 100%를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코바코 관할 부처는 신문 등 언론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방송 등 언론을 지원하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됐다.

이 과정에서 문화부와 신문 그룹이 코바코 소유의 프레스센터와 남한강 연수원을 문화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당시 기획재정부는 프레스센터, 남한강 연수원, 방송회관에 대한 ‘국고 환수’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코바코 자산을 국고로 환수해 프레스센터와 남한강 연수원은 문화부, 방송회관은 방통위에 나눠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코바코 노조는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자산 빼앗기”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미디어렙법에 따르면 코바코는 공영미디어렙으로 전환한 뒤에도 재산·채권·채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조항이 있어 공방이 이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선거에 이슈가 집중되며 논란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 두 달 전 문화부가 움직이고 신문 관련 단체장이 움직이며 이번 조선일보 논설주간의 발언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 논설주간의 발언을 두고 전국언론노조 코바코지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일부 언론인과 소수의 언론단체 등 사적 집단이 국가 자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남한강 연수원. ⓒ코바코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치열 기자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강성남) 또한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이 말(송희영 주간의 발언)이 나온 직후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로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권언유착이 다시 관을 열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코바코는 언론 공공성을 위한 공적재원 조성이라는 막중한 사회적 책무를 갖고 있는 기관이다. 공영미디어렙 코바코가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가 흔들린다면 언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은 또다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코바코 관계자는 “민영미디어렙 설립 이후 코바코 수익이 3분의 1 감소했다. 지금 해오던 사업 규모를 줄일 수도 없다”고 전한 뒤 “코바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데 언론진흥재단이 코바코 자산인 프레스센터를 가져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언론재단은 2012년 경영평가보고서에서 추후과제로 프레스센터와 남한강 연수원 운영·관리권을 언급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코바코지부는 지난 4일 발행한 노보에서 “언론재단은 지난해 1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고 콘텐츠진흥원은 2011년 77억원의 흑자를 봤다”며 “방통위는 부처의 자존심을 걸고 코바코에게 실질적인 자산관리 운영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집주인이 전세권자로부터 방 빼라는 모욕적 언사를 들으며 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언론재단 관계자는 “예술의전당의 경우도 프레스센터처럼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었다. 하지만 코바코 소유는 아니다”라며 “프레스센터와 남한강 연수원은 코바코 돈이 아닌 세금으로 조성됐다. 코바코가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성준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18일 통화에서 “남한강 연수원과 프레스센터가 법률적으로 (코바코) 자산승인은 됐지만 공익재산이다. 설립취지는 언론인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코바코측은 23일 “프레스센터와 남한강연수원은 방송발전기금이 아닌 공익자금으로 만들어졌으며 해당 자산은 신문 언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방송·광고·공공 등 공적 주체가 활용하는 공익시설”이라 밝혔다. 이어 “프레스센터와 남한강 연수원은 세금이 아닌 코바코 재산으로 건립되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언론재단 관계자는 “공익자금은 준세금성 공적 자금이었기 때문에 코바코 재산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반박했다.

[기사일부 수정] 7월 23일 오후 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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