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사건 이후 국정원이 임의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이슈가 되레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악화시킨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상에 나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두고 시민들의 절반 이상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절반 가까이가 ‘남한의 대통령으로서 할 말을 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국정원이나 새누리당의 의도와 국민들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재확인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우리 국민 1215명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64%(776명)가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록 내용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인지자(776명)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NLL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응답은 21%에 그친 반면, ‘NLL 포기는 아니다’라는 응답은 55%로 나타나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NLL 포기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이 두배 이상 많았다. 24%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는 지난달 26~27일 양일간 성인 608명 대상 조사 때 ‘NLL 포기가 아니다’라는 응답(53%) 보다 2% 포인트 늘어났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조사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응답은 24%로 이번 조사 땐 되레 3% 포인트가 더 떨어졌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 전달했다는 이른바 NLL 등면적 지도.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에서 대화록 내용 인지자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만 ‘NLL 포기’ 35%, ‘포기가 아니다’ 32%로 의견이 팽팽했을 뿐 50대 이하에서는 모두 NLL 포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록 내용 인지자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자(306명)의 41%는 NLL 포기, 31%는 포기가 아니라고 답했고, 민주당 지지자(161명) 중에서는 4%만이 NLL 포기, 84%가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특히 무당파(274명)에서는 11%가 포기, 62%는 NLL 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LL 포기가 아니다’라고 보는 응답자(429명)는 “일국 대통령으로서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20%), “협상을 위한 전략”(19%), “포기란 단어가 없음”(17%), “남북평화를 위해 노력한 것”(11%),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여당의 물타기”(9%), “발췌 내용 왜곡”(9%)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갤럽은 전했다.

발언의 적절성과 관련해 대화록 내용 인지자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한의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인지,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48%는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라고 답했으며 24%는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든 것”이라고 답했다. 28%는 의견을 유보했다.

또한 조사대상 1215명에 NLL 대화록 진실공방 전개과정과 관련해 “진실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8%에 그쳤으며, “꼭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47%에 달해 눈에 띄었다. 15%는 의견을 유보했다. 새누리당, 민주당 두 정당이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겠다는 취지로 대화록 원본 열람에까지 이르렀으나, 우리 국민들 중에는 꼭 그럴 필요 없다고 보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갤럽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만 끝까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57%)이 더 많았으며 30대 이상에서는 전반적으로 그럴 필요 없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지난 2007년 10월 정상회담 때 사진=청와대 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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