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뉴스전문채널 YTN이 지속적인 보도논란과 사내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국정원 단독리포트’ 불방 논란은 YTN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YTN은 지난해 9월~12월 삭제된 트위터 계정 가운데 국정원의 것으로 보이는 의심계정 10개를 복원해 박원순 시장과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을 비판하는 트윗을 무더기로 찾아냈다고 지난 6월 20일 단독 보도했다. 검찰에서 자료를 요청할 정도로 이슈화됐던 리포트는 담당 기자가 국정원 직원과 통화한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에서 빠졌다.

더욱이 국정원 직원이 기자에게 당일 보도국 회의 내용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졌다. YTN노조와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보도 불방에 대한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홍렬 보도국장은 기자들 다수를 납득시키지 못했고, 기자협회는 그에게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논란 이후 대처만 확실했어도 여기까지 올 일은 아니었다.

YTN의 한 부장급 인사는 “답답하다. 노사가 각을 세울 일이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큰 문제가 아니다. 신나게 뉴스를 만들고 있었는데 힘들다”고 털어놓으며 “만약 국가정보원이 압력을 넣었다면 그걸 보도했을 거다”라며 일련의 의혹을 일축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노조와 기자협회는 왜 경영진에게 ‘각’을 세울까. YTN 구성원의 상당수가 그들을 믿지 못해서다.

   
 
 

‘국정원 리포트 불방’ 논란 뒤에 ‘YTN 흑역사’ 있다

현재 상황은 이명박정부 이후 YTN의 ‘흑역사’를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YTN은 정부 출범이후 첫 번째로 낙하산 인사 구본홍씨가 사장으로 온 방송사였다. 노조는 공정방송투쟁을 전개했고, 2008년 10월 6일 당시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포함해 6명의 기자가 해고됐다. 당시 문화부 차관이었던 신재민은 그해 8월 YTN 관계자에게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나중에 구본홍 사장한테 반대했던 사람들을 자르라고 얘기할 거다”라고 말했다.

YTN은 창사 이래 처음 파업에 돌입했고, 노종면 위원장은 구속됐으며, 수십 명의 조합원은 중징계와 보복성 발령을 받았다. 2008년 해직된 기자 여섯 명은 2013년 현재까지 해직상태다. YTN은 공정방송투쟁을 기점으로 사실상 둘로 쪼개졌다.

YTN 노사관계는 해직기자를 가운데 두고 끝없는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돌발영상>이 담당PD 교체 등으로 무력화되고 2009년 배석규 사장이 취임하면서 갈등은 악화됐다. 사내 공정보도를 견인하는 유일한 노사협의기구인 공정방송위원회는 2009년 6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사측의 거부로 2년간 열리지 못했다.

그 사이 논란은 이어졌다. 굵직한 사회이슈들이 축소 또는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 1월엔 <정애숙의 공감 인터뷰> 박원순 편이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 보류되기도 했다. 그해 6월 노조가 공방위 회의 개최를 위한 소송을 검토하자 사측은 그제야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양쪽은 평행선을 달렸다. 그 사이 홍상표 보도국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영전’했다.

이명박정부가 ‘충성심 높다’ 평가한 배석규씨, 지금도 YTN사장

YTN노조는 배석규 사장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그의 퇴진을 주장하며 2012년 3월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해 4월, 국무총리실의 YTN불법사찰 문건이 공개되며 파문이 확산됐다. 문건에는 YTN 사내 동향과 함께 배석규 사장에 대한 평가가 있었는데,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YTN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배석규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당시 YTN 간부 4명이 YTN을 사찰했던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조사관과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 6월29일부터 7월 9일까지 YTN 감사팀장은 13차례, 법무팀장은 4차례, 보도국장은 1차례 각각 원 전 조사관과 통화했다. 당시 노조는 간부들의 사찰 연루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사 사장과 주요 간부들이 정부와 연결되어있다는 의혹은 공영방송으로서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더욱이 경영진은 사내 구성원들로부터 이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2012년 1월 노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합원의 83.9%가 “새로운 사장이 선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3월 배석규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81.3%가 “YTN이 공정방송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배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YTN의 한 조합원은 “이명박정부에서 낙하산 사장으로 평가받던 인물 중 KBS 김인규, MBC 김재철은 정권이 바뀌며 물러났는데 배석규 사장만 남아있다”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지난 3월~4월 배석규 사장의 자진 사퇴 여론이 높았지만 배 사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오늘의 ‘국정원 단독 리포트’ 불방 논란이 터졌다.

YTN 경쟁력 회복 위한 첫째 조건, 해직기자 전원 복직

YTN 구성원의 상당수가 현 경영진을 불신하고 있다면 경영진은 구성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상식적이다. 신뢰의 시작은 해직기자 전원 복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YTN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직기자들은 현재 징계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며, 대법원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경영진이 대법원 판결에 앞서 해직기자 전원 복직에 합의한다면 지금까지 5년 넘게 쌓아온 노사 간의 불신이 해소되고 전 구성원이 화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YTN노조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현 경영진이 가장 노력해야 할 분야’로 해직자 복직(46.2%)이 꼽혔다. 조합원의 34.2%는 ‘노사갈등 해소’를 경쟁력 방안 1순위로 꼽았고, 노사 갈등해소를 위한 최우선 방안으로 대부분이 해직자복직(79.7%)을 언급했다. 이 같은 여론은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YTN의 한 인사는 “회사가 힘든 상황에서 노사가 부딪히는 게 비생산적이다. 새 노조 집행부가 구성되면 해직자 복직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나오고 그 내용에 따라 지금 상황이 전환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YTN노조는 현재 김종욱·하성준 집행부가 사퇴하고 새 집행부를 위한 선거에 돌입한 상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자에 대한 내부 통제가 상당한 현재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공정보도도 어렵고 YTN도 어렵다. 경영진은 기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막아선 안 된다”고 지적한 뒤 “YTN의 사회적 여론형성기능은 KBS·MBC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사회적 관심이 없으면 불공정보도와 해직 장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YTN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의 일인시위 모습
©언론노조 YTN 지부
 

‘유사보도채널’ 종편에 밀린 YTN
전년대비 시청률 하락에 영업 이익도 감소…광고 전망도 어두워

YTN의 위기는 2012년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출범과 함께 표면화됐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가 발표한 2013년 상반기 시청률 결산(전국 유료매체 가입·비가입 가구 24시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0.64%의 상반기 시청률로 지상파·케이블 포함 전체 5위를 기록했던 YTN은 올해 0.58%로 하락했다. 채널시청률 순위에서도 종편 4사에 밀려 10위에 그쳤다.

YTN 입장에선 드라마·예능을 하는 종편을 당해낼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시청률 하락의 실상은 종편의 ‘유사보도채널’화에 따른 결과다. JTBC를 제외한 종편3사는 2012년 보도·시사프로그램의 비중이 전체편성의 50%를 웃돌았다. 종편은 제작비를 아끼고 선거 시즌에 맞춰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보도중심으로 채널방향을 잡았다. 최대 피해자는 YTN이었다.

여기에 종편과 함께 개국한 보도전문채널 뉴스Y가 YTN의 바로 앞 번호대인 23번에 자리 잡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뉴스Y는 지난해 평균시청률 0.29%에서 올해 0.36%로 조금 올랐다. 이렇듯 YTN 입장에선 경쟁자가 늘었지만 이렇다 할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영업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종편4사, YTN, 뉴스Y의 2012년 1월~2013년 6월까지 월별 시청률 변화 추이
 
2012년 YTN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YTN의 영업이익은 119억 5천만 원으로 2011년 184억여 원보다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105억여 원이었지만 지난해는 49억여 원으로 줄었다. 2013년 1분기 매출액 또한 전년 대비 105억 원 가량 감소했다. YTN은 2012년 4/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11년 같은 기간보다 2.5%, 39.5% 줄어들었다. 올해 1/4분기 역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YTN이 내년 상암동 본사로 이전하면 임대수익이 100억 원 이상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와 별개로 광고시장의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따르면 YTN의 연간 광고매출은 2010년 720억원, 2011년 770억원, 2012년 770억원대를 기록했다. 박원기 코바코 연구위원은 “종편이 보도채널화 되고 뉴스Y도 인접 편성되며 YTN의 시장잠식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며 “24시간 보도채널로 독보적 위치에 있던 YTN이 이제 유사보도채널·경쟁보도채널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이라 광고전망은 밝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22일 YTN 주주총회 자리에서 주주로 참여한 한 YTN사원은 “작년 대선보도에서 종편이 발 빠르게 대응하며 시청률이 3~4% 나올 때 우리는 바닥을 쳤다. 종편에선 나갔는데 우리는 못 나가는 보도도 있었다. 종편이 우리보다 제작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라며 “사원들이 시청률을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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