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TV조선, JTBC, 채널A 출범에 저축은행부터 비영리재단, 유명인까지 자본금 출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종편에 투자하길 희망한 투자자에는 경영진과 대주주의 잘못으로 예금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저축은행들은 물론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도 있다.

15일 미디어오늘이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에서 건네받은 종편 승인 심사자료 중 일부를 확인한 결과, 미래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이 종편 투자자에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의 공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학인 전 이사장도 종편에 수십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종편에 중복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법인도 다수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첫 중소기업청장에서 낙마한 황철주씨가 대표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복수의 종편사에 30억 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도 3사에 10억 원씩 출자했다. 민음사 등 다수의 출판사도 종편 탄생에 일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건네받은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 사업자 사업계획서. 사진=박장준 기자.
 
먼저 채널A. 동아일보가 종자돈 1195억 원을 내놓은 채널A의 큰손은 ㈜다함이텍과 ㈜도화종합기술공사이다. 이들은 각각 250억, 240억 원을 출자하기로 약속했다. 이뿐 아니라 ㈜도화종합기술공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과 개인은 모두 290억 원을 출자했다. ㈜다함이텍과 특수관계에 있는 ㈜다함레저의 출자금은 50억 원으로 돼 있다.

채널A 투자자 명단에서 눈에 띄는 건 미래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현대스위스2저축은행 등 금융권이다. 미래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은 각각 100억 원과 3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은 15억 원이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전 회장은 수백억 원이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1월 법원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제일저축은행의 경우, 유동천 회장은 수백억 원을 횡령한 뒤 이를 은폐하려고 고객 명의를 도용 1247억 원의 불법대출을 실행했다. 법원은 유 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 또한 유 회장에게 뇌물 1억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 법원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채널A에 41억 원을 출자한다고 밝힌 김학인 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이름도 눈에 띈다. 김 전 이사장은 진흥원 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수십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지난해 초 구속기소됐다. 그는 2009년 EBS 이사에 임명을 위해 최시중 위원장 또는 그 측근에게 억대 로비를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 종편 3사 출자 신청 법인 및 개인 명단. 사진=박장준 기자.
 
JTBC는 종편사업자 신청 당시 111개 주주를 구성했고 총 자본금은 4220억 원이라고 밝혔다. JTBC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 ㈜중앙일보의 출자금 1055억 원과 211억 원을 더해 총 지분 중 30%를 구성한 뒤 100여 개 법인으로 나머지를 채웠다. ㈜디와이에셋과 ㈜텔레비아사히가 각각 250억 원, 130억 원을 출자했다.

이밖에도 JTBC의 주요주주는 ㈜S&T중공업과 ㈜대한제강, ㈜성우하이텍, ㈜에이스침대, ㈜한샘 등이다. ㈜도레이첨단소재, ㈜이엑스알코리아, ㈜에코원, ㈜초록뱀미디어, ㈜삼진제약, ㈜한국제분, ㈜금영, ㈜대구도시가스, ㈜동아제약, ㈜대웅제약, ㈜일동제약, ㈜예스24 등 법인의 이름도 눈에 띈다. ㈜한국컴퓨터지주 5개 계열사가 각각 50억 원씩 출자한다고 JTBC는 밝혔다.

JTBC에도 저축은행 등 금융권이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KTB자산운용은 3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토마토상호저축은행은 각각 20억 원을 출자한다고 돼 있다. 이밖에 개인 투자자는 모두 12명이다. 벤처기업인으로 추정되는 고아무개씨 부부가 총 100억 원을 출자해 개인 투자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TV조선의 편성 계획. 사진=박장준 기자.
 
TV조선(당시 CSTV) 투자자는 친인척, 계열사, 출판사가 많다. 62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조선일보 다음으로 최대 출자자는 투캐피탈로 465억 원이다. 대한항공은 300억 원, 부영주택은 170억5천만 원이다. ㈜삼흥과 학교법인 단호학원이 각각 150억 원을 출자한다고 TV조선은 소개했다. 열린책들, 북이십일, 문학수첩, 나남, 지경사, 문학동네, 민음사, 샘터사 등도 신청법인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일보 자회사인 ㈜디지털조선일보와 ㈜조선뉴스프레스는 각각 30억 원, 2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사촌동생인 방성훈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스포츠조선은 10억 원 출자를 신청했고, ㈜조선매거진은 9억4492만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TV조선은 50억 원 출자를 신청한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조선일보사 친인척으로 설명했다. 수원대(고운학원) 이인수 총장의 딸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며느리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채널A가 61명으로 TV조선 25명, JTBC 12명에 비해 많았다. 특히 채널A는 사업계획서에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명사 200여 명이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초기 납입자본금에는 포함하지 않되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은 채널A 주주 참여 약정서를 쓴 사람들은 196명이며 가수 조용필씨와 영화감독 임권택씨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최민희 의원실 관계자는 “승인장 교부 당시 서류를 보면 출자에 최종 참여한 법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 같은 경우 출자금이 당시 자기자본비율 등을 고려해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하고, (승인장 교부 시점을 앞두고 빠져 나간 투자자들을 대신해) 실제 출자한 경우도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2만쪽 분량의 종편 승인 심사자료를 수령한 뒤 본격 검증에 착수했다. 언론연대는 한성대 김상조 교수를 좌장으로 한 검증TFT를 구성했고, 오는 7월 말 주주구성과 자본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명단만을 공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회계사들이 전문적인 검증에 들어갔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5층 회의실에 놓인 JTBC 자료 중 일부. 사진=박장준 기자.
 
한편 종편 3사의 관련 문건을 종합해보면 당시 중복투자를 결정한 법인은 ㈜성우하이텍, ㈜이엑스알코리아, ㈜녹십자, ㈜파리크라상, ㈜삼립식품, ㈜샤니, ㈜엔씨소프트, ㈜팅크웨어,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나남, ㈜주성엔지니어링, ㈜리바트, 한국투자증권 등 수십여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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