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가 언론개혁시민연대에 공개한 종합편성채널 승인심사 관련 자료는 총 12만 쪽, 300여 권이고 상자로 30개 정도 분량이다. 언론연대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8월 말까지 분석한 뒤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방송사업자의 사업계획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0년 방통위의 승인이 적법했는지 따질 수 있게 됐다. 또한 내년 종편 재심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3시 반께 자료를 수령한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1층 접견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사업자 신청과 의결 사이에 주즉주가 바뀌거나 승인장 교부 당시 그리고 일정기간 동안 주주가 바뀌었다면 이는 명백한 승인 취소 사항”이라며 “주요주주로 참여한 기업에서 이사회 의결서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까지 승인 취소에 해당하는 사유를 찾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언론연대가 건네받은 자료는 대법 판결 뒤 각 제출받은 CBS와 법원에 정보공개결정 집행정지를 신청한 MBN을 제외한 9개 사업자의 사업계획서 및 그 부속서류다. 1% 이상 개인주주 명단은 물론 종편 중복 투자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CBS 서류를 확인 중인 추혜선 총장은 “보도전문채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주주의 국적부터 개인 이력서, 통장사본까지 다양한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 12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5층 회의실에 놓인 JTBC 자료 중 일부. 사진=박장준 기자.
 
언론연대는 ‘종편 심사 검증 TF’를 구성하고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책임자로 선임했다. 검증 작업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한다. 주주구성의 적정성, 납입자본금의 규모, 자금 능력 등 ‘경영 및 재정능력’ 부분은 김상조 교수와 복수의 회계사가 검증한다.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계획 등 주요 사업계획’은 언론연대 채수현 정책위원장이 주도한다. 대외 창구는 추혜선 총장이 맡는다.

추혜선 총장은 계량항목으로 ‘승인 취소 요건’이 담겨 있는 ‘경영 및 재정능력’ 부분을 오는 7월 말까지 분석한 뒤 발표한다고 밝혔다. 방송 공정성 등 비계량항목이 포함된 부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심사과정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검증 과정에서 신청사업자에게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추혜선 총장은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심사가 공정했는지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이 주목하는 자료는 개인주주 명단이다. 종편 소속이 아닌 한 방송사 기자는 “개인주주 중 중복투자를 한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누구인지 밝히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모기업인 신문사의 사주 일가가 종편에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정재계 인사가 개인주주로 참여했는지가 관건이다. 추혜선 총장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돈이 흘러들어갔는지 추적할 계획”이라며 “자본 흐름을 추적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 12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이 관련 서류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박장준 기자.
 
종편 탄생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방통위가 심사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면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내부 관계자가 특정 사업자를 컨설팅해줬다는 이야기도 나온 바 있다. 추혜선 총장은 “불법적인 부분이 발견된다면 종편 도입에 기여한 분들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거론이 될 것으로 보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준상 방송정책국장도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계속 종편을 감싸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방통위가 종편의 사업계획서와 사업실적을 비교해 평가한 뒤 시정명령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정보공개와 재심사를 앞두고 일종의 밑밥을 까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통위가 종편의 불공정성을 시정명령 정도로 덮고 넘어가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추혜선 총장은 “역사왜곡에 외교문제까지 총체적 문제가 있는데 방통위가 (비판여론을) 무시하면 방통위의 존재근거, 명분이 없다”면서 “종편에 사업계획을 이행할 능력이 있다면 특혜로 이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사업실적과 공공성,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분석해 발표할 것”이라며 “관련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추가로 필요한 자료는 의원실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0년 12월 31일 방통위(당시 최시중 위원장)는 11개 신청사업자 중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를 종편사업자로 선정했고 연합뉴스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듬해 1월 언론연대는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했고 방통위는 부분공개했다. 이에 언론연대가 그해 7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대법원은 주민번호 뒷자리 등 일부 개인정보를 제외한 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 YTN, SBS, MBC, 뉴스Y 등 주요 방송사 카메라기자들이 종편 자료 공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장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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