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중순 5·18왜곡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조치를 받은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이 논란 이후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에 벗어나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5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8주간 방송을 분석한 결과다.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여전히 탈북자·군인·극우인사들이 반복적으로 출연하며 5·18왜곡 보도만큼이나 사회적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주장들이 나왔다.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6월까지 전과 다름없는 편파성을 보였으나 7월 개편에서 사회자가 교체된 뒤 조금씩 공정성을 갖추려는 모양새다. /편집자 주

[종편 왜곡방송 이후 ①] “노무현, 살아있다면 그냥 놔둘 수 없다”는 TV조선

   
▲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5월 23일자.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5월 21일 출연한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종북좌파의 허브”라며 “(박원순은) 종북 성골들을 비호하는 활동을 많이 해왔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의 '반값 식당‘ 사업에 대해 김광현 진행자가 “한심하다”고 하자, 박성현씨는 “원래 좌파적 발상이 한심하다”고 맞받았다.

29일엔 정성산 탈북영화감독이 나와 “<100분토론>을 봤는데 진보진영인사를 보면서 저러니까 깡통이란 소리를 듣는구나 싶었다”며 “일베에는 대한민국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근대사가 들어가 있다. 종북세력은 우리에게 못 이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왜 ‘다음’을 ‘좌음’이라고 하냐면, 아고라라는 곳에서 작년까지 남한 여성들이 꼽은 1등 신랑감이 김정은이라는 내용을 토론했다”고 주장했다.

6월 21일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나와 “교과서에 안철수 우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4일 방송에선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나와 “국사학계에 좌파가 주류를 잡고 있다”고 말한 뒤 “우리나라 교사들이 자기가 대학 때 배웠던 알량한 틀린 지식을 사실인양, 수업 들어가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 정신 나간 이야기를 하는 교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모두 일방 주장에 사실 확인이나 반론은 들을 수 없었다.

26일엔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출연해 노 전 대통령의 NLL발언을 두고 “노무현씨는 헌법을 무시하고 사실을 무시했다”며 국가보안법을 옹호했지만 역시 반대 입장은 없었다. 27일엔 정성산 탈북영화감독이 나와 노 전 대통령을 두고 “폄훼하는 건 아니지만 마을 이장이나 했으면 딱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이 당 간부들 앞에서 김대중은 교활하고 노무현은 멍청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진행자 김광현씨는 “호구로 본 것”이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 개편 이후 채널A '탕탕평평' 7월 3일자.
 
이렇듯 냉전 반공이데올로기를 전제하고 특정 세력에 대한 악의적 비난에 집중하며 저널리즘을 보여주지 않았던 <탕탕평평>은 7월 1일 개편 이후 김승련 채널A 앵커로 진행자가 교체되고 새로운 패널이 등장하며 조금씩 균형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회담록 원본 공개 주장을 놓고 4 명의 정치평론가가 나와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으며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는 식이다.

2일 방송에선 박찬종 변호사가 출연해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단독으로 선거에 개입했는지, 대통령 선거 사흘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결과 허위발표가 경찰청장개인의 결정이었는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비중 있게 전하기도 했다.

3일 방송에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이 슬그머니 묻히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소재도 다양해졌다. 4일 방송에선 정성산 탈북영화감독이 나와 “북한에 퍼스트레이디는 없다. 김정일의 음탕한 사생활만 있다”는 식으로 말하자 앵커가 표현을 문제 삼으며 사실여부를 되물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황순욱 채널A 기자협회장은 “방송의 품질 향상을 위해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프로그램에 대해선 책임 있는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데 사내 공감대가 있었던 결과”라고 말하며 “당장의 변화에 주목하기보다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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