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중순 5·18왜곡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조치를 받은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이 논란 이후에도 저널리즘의 원칙에 벗어나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5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8주간 방송을 분석한 결과다.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여전히 탈북자·군인·극우인사들이 반복적으로 출연하며 5·18왜곡 보도만큼이나 사회적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주장들이 나왔다.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6월까지 전과 다름없는 편파성을 보였으나 7월 개편에서 사회자가 교체된 뒤 조금씩 공정성을 갖추려는 모양새다. /편집자 주

[종편 왜곡방송 이후 ②] “노무현, 마을 이장이나 했으면…” 했던 채널A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선 5월 31일 박정인 전 백골부대 사단장이 나와 “김대중·노무현이 종북세력을 만들어놓은 것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김대중은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대북 지원 한 것 아닌가”, “박근혜 후보를 뽑지 않았으면 종북세력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것”이란 문제적 주장을 펼쳤으나 그대로 노출했다.

6월 6일엔 우종창 전 월간조선 편집위원이 나와 “민주노총 등 소위 종북세력들은 평양이나 금강산을 다녀오면 거의 다 전향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회자 장성민씨는 “사실을 갖다 줘도 종북세력은 미국이 조작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V조선 5월 31일자.
 
17엔 북한의 생화학 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며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이 출연, “북한이 4억 명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前 김일성 주치의라고 밝힌 탈북자 김소연씨는 1974년 북한의 생화학전 생체실험을 직접 집도했다고 주장하며 “아이들까지 생체실험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확인할 수 없는 일방 주장을 무책임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도 이어졌다. 6월 20일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출연해 “김대중 정부 때 간첩을 많이 안 잡았다”고 주장한 것이 예다.

압권은 ‘NLL’이슈를 다루는 모습이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21일 방송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물타기를 위해 회담록이 공개됐다’는 야당 주장을 두고 “정치판에서는 늘 그렇게 하는 거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여야가 모두 물타기를 한다”고 말했다.

25일엔 민병돈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발언을 두고 “국가반역죄라고 본다. 대통령 통치권의 재량이 반역까지 포함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민병돈 전 교장은 이어 “살아있다면 그냥 놔둘 수 없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다. 일국의 대통령이란 점을 망각하고 (북에) 아첨을 했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TV조선 5월 21일자.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종편은 한 쪽의 일방적인 공격과 명예훼손에 대해 반론권을 행사할 수 없는 방송이다. 종편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저널리즘이 없는 명백한 범법방송”이라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호평일색이었다. 5월 16일 방송에선 김세중 전 연세대 교수가 나와 “5·16 혁명은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주요한 계기였다. 쿠데타로 시작했지만 결과론적으로 혁명”이라며 긍정적 면을 부각시켰다. 7월 3일엔 새마을운동 중앙회장 출신인 김유혁 단국대 명예교수가 나와 새마을운동의 성과에 대해 극찬했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6월 3일 방송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평가하며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이 출연, “박 대통령의 확고한 대북 인식과 의지가 국민에게 신뢰를 줬다”고 호평했다. 6월 27일엔 김영순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와 “대한민국은 5천만이 다 잘난 나라다. 언론의 자유가 있다. 청와대 앞에서 데모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5년 동안 야·여당이 박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민 진행자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 오시니 좋으시죠. 여기는 자유가 들풀처럼 만개한 나라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8주간의 모니터링 결과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아이템 주제가 ‘북한’·‘종북’·‘NLL’·‘노무현’으로 집중됐으며 극우성향의 특정 인사가 반복적으로 출연했다. 논쟁적 사안에 대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패널 섭외도 없었다. 입장이 상반되는 토론자를 배치하는 것은 토론의 기본요건인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여기에 ‘땅굴’ ‘생화학테러’ ‘김일성일가의 비화’ 등 요즘은 생소한 아이템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처럼 확인할 수 없는 주장들이 탈북자들에 의해 여과 없이 등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반론을 듣고자 <장성민의 시사탱크> 진행자 장성민씨와 오동선CP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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