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유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대선 때 유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국정원의 전문 공개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다”고 성토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해설’ 강연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이미 발췌본이건 전문이건 안 봤을 리 없고 본인도 직접 NLL 문제를 강경한 입장으로 끌어왔으며, 당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부산 유세에서 발언할 때도 다 들었다”며 “국정원이 대화록을 이미 유출해 놓고선 비밀 가치가 없다고 공개하는데도 그것은 국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는 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무성 의원의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 당시 NLL 대화록 폭로에 대해 “정확히 국정원 발췌본이 아닌 대화록 전문 내용 그대로 인용해서 읽었다”며 “김 의원이 직접 대화록을 보고 발췌해 메모했거나 실무자가 전문을 보고 메모를 넘겨준 것을 읽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권영세 선대본 종합상황실장이 말했던 컨틴전시(비상) 상황이고, 문재인과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근접하게 여론조사가 나와 선거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읽은 것”이라며 “거기서 김 의원이 ‘내가 최초로 대화록 공개했다’고 말한 것은 권 전 실장 손에 대화록 전문이 입수됐음을 명백하게 증명하는 발언이고, 그 자리에 박근혜 후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해설’ 강연을 열었다.(출처=오마이TV)
 
유 전 장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발췌본을 왜곡·조작해 전달한 것에 대해서도 “자기들이 엉터리 발췌본을 만들어 놓고 그걸 서로 돌려 읽은 다음에 모두 같이 비분강개하다가 자기들이 만든 거짓말을 자기가 믿어버린 셈”이라며 “조폭 문화가 가진 범죄집단 양상을 보이고 있고, 정당 자체가 범죄에 연루되면 독일에서는 정당 해산 사유인데 우리나라도 해산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에 주장하는 ‘NLL 포기’ 발언과 관련해 “남북 정상들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면 어선이 몇 척 들어오고 어획량을 어떻게 나누자는 둥 이익 분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이 얘기를 보면서 NLL 포기다, 상납이다 하는 주장은 북한에서도 하지 않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60년 이상 적대적으로 대립해 온 남북 최고 권력자들이 만나 4시간 동안 의전이 아닌 실전으로 회담한 사례가 전 세계 외교 역사상 없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공개된 사례도 없다”며 “그래서 더욱 독해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대화록에 ‘포기’란 단어가 세 번 나왔다고 ‘왜 포기가 아니냐’고 하는데 이것이 진짜 문맹이다. 지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시민단체는 한글협회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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