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3일 오후 임시 이사회에서 TV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다. 11명의 이사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 7명은 이날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 

KBS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단독 상정한 인상안은 2014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월 2500원 수신료를 4300원으로 올리고 2016년 1월 500원을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과 내년부터 당장 4800원으로 올리는 방안으로 총 두 가지다. 만약 4800원 인상이 통과될 경우 수신료는 내년부터 92%가 오르게 된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3일 임시이사회에 앞서 낸 성명에서 수신료 인상 논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KBS의 보도 공정성 및 제작 자율성 보장제도 마련 △국민부담 최소화의 원칙 재확인 △수신료 사용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길영 KBS 이사장을 비롯해 다수인 여당 추천 이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안을 상정했다. 김주언 KBS 야당 추천 이사는 3일 밤 통화에서 “여당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에 대한 전제논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해버렸다”고 비판했다.

   
 
 
KBS 안팎에서는 길환영 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에 사내 ‘반대파’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28일 KBS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촬영감독협회, PD협회는 공동성명에서 “길환영 사장은 KBS 구성원들의 최대 염원인 수신료 인상, 재원 안정화를 자신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시키며 우리를 기만하는 대국민 사기쇼를 진행하고 있다”며 “(길 사장은) 수신료 인상이 될 때까지는 어떠한 불만도 잠재우겠다는 교묘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지난 1일 길환영 사장이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되거나 반대하는 세력들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KBS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두고 “수신료 인상논의를 통해 길 사장의 세력을 규합하고 사내 반대파를 압박하겠다는 수신료 정치”라고 평가했다.

김현석 KBS새노조위원장은 “공정보도를 전제하지 않고 편향보도를 통해 비판받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설득할 수 없다. 지금 경우는 인상안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현석 위원장은 “현 상황에선 정말 수신료를 인상시키겠다는 의지보다는 사내정치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은 KBS 이사회가 추후 심의, 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확정된다. 인상안이 상정됨에 따라 언론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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