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시국선언과 관련해, “예술은 원래 정치적인 것” 이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시국선언 내용이 관심을 얻고 있다. 이들은 대학을 정치중립이라는 말로 가두는 것이야말로 폭력적이라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한예종 ‘학생 연대’는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국정원 규탄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학생연대는 총학생회와 6개원 학생회 주도로 만들어졌으나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학내 단체다.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예술은 원래 정치적이다”라고 선언하며 “예술가에게 정치란 창작의 토대”라고 운을 뗐다. 지난 21일 서울대학교의 시국선언 발표 이후로 전국 각지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지만, 예술대학교의 시국선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위계를 나누고 역할을 나누어 사람들에게 발언과 행동의 제한을 두는 것이 권력이 대중들에게 가장 바라는 상태”라면서 “따라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연대는 오늘, 예술가에게 가해지는 온갖 헤게모니들에서 자유로워진 상태로,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에 관해 입장을 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임기중이었던 지난 2009년 한예종에 대한 표적감사 논란이 있은 후 황지우 총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 당시 서울 석관동 한예종 캠퍼스 주변에 학생들이 그린 그림.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학생 연대는 현재의 사태에 분개하며 관련자들에 관한 처벌과 진상 규명, 정의의 실현을 촉구한다”면서 “이에 관한 침묵은 장차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될 우리 학생들에게 예술의 기본 정신과 위배”라고 밝혔다.

이 시국선언문은 ‘정치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대학들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시국선언 발표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성 배제’는 대개 대학의 공통 전제였다. 시국선언을 발표하지 않은 한 여대는 “첫 번째 공약인 정치적 성향 배제에 변함이 없다”고 입장을 발표했으며, 서울권 한 대학도 “***의 고결한 이름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라고 발표했다.

시국선언문 작성자인 한예종 학생 K씨는 “예술이 정치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사회참여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는 예술을 해야 해'라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개념에서 벗어난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K씨는 “정치 중립이야말로 가장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끊임없이 학생들 간의 의견이 갑론을박으로 치닫는 대학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대학”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이번 시국선언문에서 끝내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학생 연대는 “매거진·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K씨는 “교내 학생회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작업이고, 기본적으로 저항적 성격”이라며 “매거진은 사회, 정치 이슈에 관한 목소리를 취합해서 배포할 예정이고, 퍼포먼스는 아직 기획되진 않았지만 플래시몹이나 오케스트라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임기중이었던 지난 2009년 한예종에 대한 표적감사 논란이 있은 후 황지우 총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 당시 서울 석관동 한예종 캠퍼스 주변에 학생들이 그린 그림.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방학이 시작됐지만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한신대와 충북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남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를 규탄했다. 2일에는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와 전남대·조선대 교수들이 국정원 규탄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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