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NLL 사수의지를 담는 여야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정쟁을 자제하자”는 입장을 밝히자 '뜬금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정쟁에 부채질하던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이 갑작스런 방향전환은 NLL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당혹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후 정국반전카드로 꺼내든 NLL 이슈지만, 오히려 새누리당으로 역풍이 불어오고 있다.

역풍의 증거는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다. 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1%p하락해 60.2%에 그쳤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5.2%p가 빠져 43.4%로 나타났고 반면 민주당은 3.8%p 상승해 25.3%로 나타났다. 28일 발표한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62.5%로 전주 대비 4.5%p가 내려갔다.

국정원 댓글사건이 붉어진 와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박 대통령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국면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새누리당이 제기한 NLL 논란 국면이 시작되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내려간 것이다. 왜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권영세 신임 주중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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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음에도 대중이 새누리당 의도와는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는데 있다. 1일 내일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포기가 아닌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를 협의한 것’이라는 의견은 54.9%로 ‘NLL 포기’라고 응답한 33.8%보다 21.1%p나 앞섰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굴욕적 태도로 대화했다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5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39.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리서치뷰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이 42.7%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 55.4%에 비해 낮았다.

두 번째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대화록 공개가 무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밀에 해당하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정쟁을 없애겠다’며 공개한 것에 대해 대중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것이 국정원의 단독행동이 아닌 청와대나 여권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란 추정이 대중들에게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고 있다.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는 정상회담회의록 공개결정의 주체를 묻는 질문에 남재준 국정원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0.2%에 불과했다. 반면 69.5%는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에서 공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8일 발표된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가 잘했다는 응답이 28.3%인 반면, 잘못했다는 의견이 41.2%였다. 여론이 잘못된 행위의 주체를 청와대 및 여권으로 보고 있으니, 불길이 새누리당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앞장서 대화록 원본 및 부속자료를 공개키로 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개인성명을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희석시키기 위해 불법적으로 대화록을 공개한 새누리당도 한심하지만, NLL대화록을 가지고 정계은퇴의 배수진을 치고 사생결단식 맞대응을 선언한 민주당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
ⓒ리얼미터
 
여권의 잇따른 실책도 역풍에 한몫했다. 대선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의 진원지였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대화록이 공개되고 실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이 나오지 않자 지난달 26일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착각했다”며 “회의석상에서 발언하면 면책 특권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NLL 땅따먹기’라 주장하며 정치생명을 걸었던 정 의원이었다.

서상기 의원의 녹취록 파문, 김무성 의원의 최고중진연석회의 발언도 정국을 뒤집어 놨다. 새누리당이 대선 전에도 비밀문서인 남북정상회담 발언록을 가지고 있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즉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이슈가 NLL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아닌 새누리당이 어떻게 이 대화록을 입수했는가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를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이재환 모노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청와대의 경우 일단 너무 입을 닫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가 불거지고 국정감사를 하느냐마느냐 논의가 될 때부터 NLL 대화록 공개까지 보름 이상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고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이유를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우리 조사결과에서 ‘NLL 대화록 공개가 국정원 사건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5.9%로 나오는 등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았고 이것이 지지율을 낮췄다”며 “새누리당도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데 (역풍이 아니라면)설명할 다른 이슈가 없다”고 말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의 경우 국정원이 달았다는 댓글이 국정원이 주장하는 대북심리전의 차원과 경계가 애매한 점이 있다”며 “그런데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NLL을 물고 늘어지면서 국정원의 활동이 선거개입쪽으로 오히려 더 가버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두 개의 다른 사안을 새누리당이 같이 물고 늘어진 셈인데 전략적으로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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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지금에 와서 두 개를 분리하려고 해도 맞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NLL 발언의 경우도 구체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 논란을 빨리 거둬들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논란의 크기에 비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고 해석했다. 안 대표는 “역풍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다른 역대 대통령보다는 (지지율)하락도가 덜하다”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에도 대안야당으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는 “만약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구체화 되면 인수위 인사파동 상황정도까지 갈 수 있는, 휘발성은 안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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