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NLL 정국’이 되었던 지난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종합편성채널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프레임에 맞춰 적극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을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MBC 등 지상파가 논란을 축소 보도한다면, TV조선·채널A 등 종편은 한 쪽 입장을 확대 보도하는 식이었다.

TV조선 메인뉴스 <뉴스판>은 24일 <盧 “무슨 괴물처럼 생긴 NLL”> 리포트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지대라는 멋있는 개념을 도입해 NLL을 허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과 BDA에 대한 노무현의 실제 생각은> 리포트에선 “미국에 대한 반감은 (회의록)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밝힌 뒤 ”(미국을 두고) 제국주의 역사를 세계 인민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채널A 메인뉴스 <채널A종합뉴스>는 같은 날인 24일 <盧 “국민에 제일 미운 나라 어디냐 물었을 때 미국이 상당수> 리포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 앞에서 미국을 신랄하게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한 사람들이 가장 미워하는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란 표현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盧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 저자세 발언 논란> 리포트 등을 내보냈다.

   
▲ TV조선 <뉴스판> 25일자 화면 갈무리.
 
   
▲ 채널A <채널A종합뉴스> 25일자 화면 갈무리.
 

TV조선은 25일 <‘NLL 공방’ 民心의 진단은?> 리포트에서 “막상 드러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는 대체로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며 비판적인 시민의 발언을 위주로 전했다. <뉴스 판> 앵커는 이날 “대화록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매달리고, 저자세를 보인 반면에, 김정일은 때로는 애태우고 때로는 달래는 능란한 협상가의 모습을 보인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완전히 기가 눌린 것 아닌가 이런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채널A는 25일 <공개된 대화록 원문 보니…NLL 무력화 北 노림수에 넘어간 盧>, <“NLL 미군이 제멋대로 그은 유령선” 北 주장과 盧발언 닮은 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미주의자? 대미관 들여다보니…> 등 리포트를 연달아 배치했다. 채널A는 다만 “평양에서 드러낸 정제되지 않은 대미관은 논란의 대상이지만 그가 본질적인 반미정책을 폈느냐에 대한 판단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할 대목”이라 보도했다.

26일엔 TV조선과 채널A 모두 헤드라인으로 북한 핵실험장 작업이 분주하다며 추가핵실험 가능성을 꼽았다. TV조선은 이어 “집권하면 NLL 대화록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권영세 주중대사(전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의 녹취 발언 파문에 대해 권영세 대사의 인터뷰로 그의 입장을 충실히 전했다.

채널A 역시 26일 , <여야, 폭군 vs 반역 거침없는 막말…대화록 파문 감정싸움> 리포트를 내보내며 관련 사안을 여야 대립사안으로 처리했다. 권영세 대사의 녹취발언에 담긴 맥락 역시 해당 보도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27일엔 종편 대부분이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이슈 대신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 초점을 맞췄다. TV조선은 헤드라인으로 <박근혜 대통령, 한중 정상회담 역사를 쓰다> 리포트를 내보내며 방중을 주요하게 다룬 뒤 NLL 공개 논란은 여야 공방으로 처리했다. 이어 권영세 주중대사의 녹취 파문을 불법도청 논란으로 물타기 했다.

TV조선 <뉴스판> 앵커는 27일 <불법도청 논란…처벌되나?> 리포트에서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한 걸 본인의 허락 없이 녹음하고 촬영하고 이런 건 무조건 좀 엄하게 처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얘기하는 게 나도 모르게 누군가 녹음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 얼마나 살벌하겠나”라며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

TV조선은 28일에도 녹취의 불법성 여부에만 집중하며 <권영세 녹취파일 기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 고소>, <민주당 “녹취록 합법적으로 얻은 것”>, <새누리당 “민주당은 절취 정당”>, <권영세 녹취록, 절취했다면 법적 쟁점은?> 등의 리포트를 연이어 보도했다. 채널A도 권영세 녹취 논란에 대해선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내지 못했다. 

이처럼 TV조선과 채널A는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국정원의 의도에 대해선 구체적 분석이나 비판적 관점 없이 회의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외교상 발언에 해당하는 문구 가운데 ‘반미’ 또는 ‘종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을 뽑아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집중했다. 권영세 주중대사의 녹취 논란도 내용은 보지 않고 입수 경위만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이는 모두 여당이 유지하고 있는 프레임과 일치한다.

JTBC, TV조선·채널A에 비해 상대적으로 균형 유지

JTBC의 경우 TV조선·채널A와 유사한 보도 프레임을 이어가면서도 몇 몇 부분에서 차별화된 리포트를 보여줬다. JTBC는 24일 메인뉴스 <뉴스9>에서 <국정원 공개 강행으로 남북관계·정상외교 빨간불 켜질수도> 리포트를 통해 “공개해도 안보에 영향이 없다는 판단을 국정원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정상간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상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25일엔 참여정부 인사인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을 인터뷰해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은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같은 날 보도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화록 진본을 공개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59.3%가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JTBC <뉴스9> 26일 화면 갈무리.
 

26일엔 <권영세 “집권하면 NLL 대화록 까고” 녹음파일 공개 파문>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이어 <국정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악플’ 달아> 리포트를 내보내며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죄가 많다는 댓글과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며 원색적인 비하를 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27일 보도에서 타사 종편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리포트를 호평 일색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날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노 전 대통령의 회의록 발언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이다’란 의견이 31.6%, ‘포기하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의견이 48.7%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포기 취지가 아니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JTBC는 27일 <역풍 맞을라…'권영세 파일' 도청 논란에 여야 초민감 대립> 리포트에서도 “민주당이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이 NLL을 대선에 이용하려했다고 폭로하자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도청’을 물고 늘어졌다”고 보도하며 타사 종편과 다른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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