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800여명(경찰 추산 40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29일 7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의 주최로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유권자의권리를소중히여기는사람들의모임’(유권소) 회원, 간디학교 학생 등이 참여한 ‘MADE IN 국정원 박근혜가 책임져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시민들은 ‘박근혜가 책임져라’ ‘원세훈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이를 책임지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했다. 
 
파이낸스 센터 건너편 동아일보 앞에서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애국가와 군가를 틀어놓은 채 쉬지 않고 구호를 외쳤다. ‘NLL 사수’, ‘종북좌파 척결’, ‘민주당 해산’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파이낸스 센터 앞에 모인 시민들을 비난했다. 서로 다른 구호가 양쪽에서 울려 퍼져 취재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의 구호를 외치는 두 가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같은 시각 건너편 동아일보(채널A)사옥 앞에서 열린 어버이연합의 맞불 집회
이치열 기자 truth710@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집회를 진행한 사회자(한대련 소속)는 “교수, 변호사, 농민,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제 건너편에 있는 어르신들만 동참하면 국민 모두가 시국선언에 동참하게 된다”고 밝혔다. 자유발언에 참여한 대학생 권민석씨(아스팔트 농활대 소속)는 “지금 반대편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나눠져 싸우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야말로 남남갈등 부추기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고등학생 최초로 시국선언에 동참한 간디학교 학생들도 참여했다. 간디학교 대표로 자유발언에 참여한 서정환 학생(고3)은 “건너편에 할아버지들이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소리를 지른다”며 반대편을 향해 “할아버지 할머니, 저희 고등학생들도 나왔습니다. 손자 손녀들도 나왔습니다”라고 외쳐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이어 “국가가 이렇게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간디학교 학생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황교안 법무장관의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무효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29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촉구 촛불문화제
이치열 기자 truth710@
 
집회가 진행되던 8시 5분 경, 파이낸스 센터 앞에 모여 있던 기자들이 갑자기 어버이연합 쪽 시위대를 향해 달려갔다. 경찰이 어버이연합 측에 집회 해산명령을 하면서 어버이연합 소속 노인들과 경찰 간에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여러분들은 지금 미신고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방송을 했고, 어버이연합 소속 노인들은 “우리가 왜 불법집회야!”라며 반발했다. 몇몇 노인들은 경찰을 향해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8시 20분 경 어버이연합은 자체적으로 집회를 마치고 모두 해산했다. 어버이연합이 집회를 마치자 대부분의 경찰들도 모두 철수했다.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은 경찰이 물러난 뒤에도 계속 집회를 진행하다 9시에 집회를 마쳤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대학생 양효영씨(이화여대 3)는 “어버이연합 여러분들 새겨들으셔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공약 30만원 올려주겠다는 공약 지키지 않았다. 철도민영화 안 한다더니 KTX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사기꾼 필요 없다.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녛어야 한다”고 외쳤다. 또 다른 대학생 이아혜씨(국민대)는 "2004년에 한나라당이 노무현을 탄핵시킨 사유는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국법 질서 문란과 권력형 부정부패 연루혐의 국정 파탄의 혐의였다. 지금 박근혜야 말로 이런 사유로 탄핵 열번씩 시켜도 모자란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큰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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