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기관의 언론사찰 의혹을 불러 일으킨 'YTN 국정원 단독보도 불방사태'가 발생한지 10일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진상조사나 납득할만한 사측해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YTN내부에서 국정원 직원에게 보도국 회의내용을 알려줬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지만 회사 측은 사실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YTN기자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YTN노사는 지난 28일 오후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3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회의에서 사측은 보도를 중단시킨 것이 임종열 편집부국장 개인의 판단이며 보도 중단 결정 과정에서 어떤 외압도 없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방위에 참여한 임장혁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국정원 직원이 회의내용을 알게 된 배경을 계속 추궁하자 사측은 ‘우리도 경위를 알아는 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임종열 편집부국장에 대한 징계심의를 열자고 사측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장혁 위원장은 “공방위에선 아무 것도 결론 난 게 없다”고 말했다.

   
▲ YTN사옥.
 
이런 가운데 한국기자협회 YTN지회는 지난 27일 밤 긴급총회를 열고 “사내 정보의 국정원 유출은 YTN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중대한 해사행위”라고 입장을 모은 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문책 등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신임투표와 기자협회 제명 등을 통해 이홍렬 보도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결의했다.

이번 결의는 단독보도 불방논란이 비단 국정원 직원에게 보도국 회의내용을 전해준 인사 개인의 문제를 넘어 YTN 보도 전체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어 사안의 심각성을 물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결과다. 더욱이 해당 기사는 YTN전체의 공신력과 맞먹는 가치를 가진 단독보도였는데, 이를 보도국 간부들이 스스로 부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기자 입장에서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지난 28일 오후 19일 간의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YTN해직기자들을 맞이하는 언론노조 결의대회가 국회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보도를 축소, 왜곡하는 언론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날 총회에서 한 YTN기자는 “검찰에서 자료 협조를 부탁하고, 검찰이 비슷한 방법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게 이번 단독 기사의 가치를 말해주는 거다. 누군가 기사 가치를 폄훼하고자 하면 국장이나 간부는 오히려 기자 편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은 뒤 “(기사를) 못 믿었다면 아예 내지 말아야지, 논란이 있었더라도 부장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인데, 기사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본인들이 무능력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유투권 YTN기자협회장은 지난 28일 오후 YTN 해직기자 국토순례단을 맞이한 자리에서 “국정원 말단 직원이 해당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보도국 회의 내용을 들먹이면서 겁박을 했다. 당장 지금 그 기자를 겁박한 직원을 붙잡고 국가정보원으로 달려가서 같이 항의방문을 해도 모자랄 판에 사측은 오늘까지도 경위를 따져보겠다며 정확한 입장표명 및 구체적인 행동착수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투권 협회장은 “기자총회의 의결사항에는 무너진 YTN의 자긍심과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하며 추후 사측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8일, 19일간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순례를 마친 YTN해직기자들이 최종목적지인 서울 남대문로 YTN사옥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다음은 언론노조 YTN지부의 누리집에 올라온 지난 27일 긴급총회의 주요발언 링크.
[기자협회]쏟아진 분노! http://ytnmania.com/?document_srl=53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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