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때 ‘집권하면 NLL 회의록을 까고’라는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난 권영세 당시 박근혜캠프 종합상황실장의 녹음파일이 월간지 신동아의 허 아무개 기자가 녹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자가 녹음한 파일이 박범계 민주당 의원에 건네졌으나 이 과정이 불법절취였는지, 기자의 자발적 제공이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기자가 지난 대선 당시 가장 첨예하게 붙었던 현안인 ‘NLL 회의록’에 대한 선대위 상황실장의 발언을 녹음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 제기된다.

허  기자는 28일 오후 권영세 녹음파일을 무단 절취, 공개한 혐의 등으로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김아무개 당 전문위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또한 새누리당도 허 기자 무단절취했다며 비공식적인 식사자리에서의 언급을 무단 절취한 진상을 밝히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러나 김 전문위원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무단절취한 사실도 없으며 진실이 밝혀질 경우 (새누리당과 해당 기자가) 우스운 꼴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허 기자가 결국 파일을 김 위원에게 건네줬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녹음파일의 입수 또는 유출 경로를 두고 양측이 논박을 벌이고 있지만 허 기자가 권영세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의 문제발언을 했던 자리에서 직접 녹음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권 대사가 지인 3명과 나눴다는 대화 과정에 허 기자가 포함돼 있었다.

   
권영세 주장대사와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입수한 허아무개 기자의 고소장을 보면 허 기자는 “박 의원이 지목한 권 대사의 지인 3명은 나를 포함한 제작진 3명이었다”며 “기사에 쓸 코멘트를 확보해 둘 목적으로 오직 나만이 권 대사의 음성을 녹음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이렇게 녹음한 권 대사의 음성은 신동아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자가 녹음까지 해놓고도 기사에 반영하지 않을 만큼 뉴스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아니었다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불러일으킨다.

허 기자는 이를 두고 “녹음파일에서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이후의 단어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박 의원이 거기에 ‘까고’라는 단어를 넣었다”며 “(권 대사는 당시) 전해들은 이야기만 갖고 쓸 수는 없겠지만 뒷받침 된다면 엄청난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민주당 측은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권 대사의 이 말에 따르면 당시 권 대사는 대화록 등 뒷받침되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인 것”이라고 고소장에서 주장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7개월이나 지난 뒤 왜 민주당 국회의원에게까지 건네진 것인가. 허 기자와 새누리당에 따르면 허 기자는 지난달 30일 수년간 지인으로 지내온 민주당 당직자 김아무개 전문위원을 만났는데, 자신이 휴대전화를 갤럭시2에서 갤럭시3로 바꿨더니 음성파일을 옮기는데 애를 먹자 김 위원이 도와주겠다며 대신 파일 전송을 해줬다며 이 과정에서 김 위원이 자신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채 녹음파일을 모두 빼내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아무개 위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그렇게 함부로 주장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김 위원은 “(신동아가 날) 고소를 하면 되겠다”며 “내가 빼돌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사실이 밝혀지면 (기자와 새누리당에게 모두) 굉장히 우스운 얘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기자가 내게 휴대폰 파일 전송을 맡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런 일 절대 없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우리가 일일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이유는 없는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의 핵심은 ‘어제는 도청, 오늘은 절취’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 사람(제보자가) 누구인지 우리가 확인해 줄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면 이것이 정상적으로 확보된 것이란 밝힐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어제 국회에서 얘기한 것이 전부일 뿐 확인해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이 공개한 허 기자와의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권영세 대사의 ‘집권하면 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한 대목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김 위원이 허 기자에게 여러차례 이메일로 파일을 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던 허 기자가 김 위원에게 결국 전달하게 된 것이라고 CBS 노컷뉴스와 연합뉴스등이 전했다.

이에 대해 허아무개 신동아 기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 답변은 어려우니 3~4시간 뒤에 통화하자”고 했으나 이후 수십여 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형삼 신동아팀장은 “경위를 자세히 모르니 당사자인 본인과 직접 통화애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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